“과학적 근거 없다… 기준 바꿔야”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심뇌혈관질환에 걸린 근로자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법 기준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최근 국내 법학 학술지 ‘외법논집’에 게재한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심뇌혈관 질환과 업무상 재해’ 논문을 통해 심뇌혈관질환 발병 전 1주일 이내 업무 양과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하거나,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질병 가능성이 높다고 본 고용노동부고시(제2016-25호)가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우선 심뇌혈관질환 발병 전 일주일 이내 업무 양과 시간이 일상 업무보다 30%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기준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막연히 업무 양과 시간이 30% 증가했다는 정량적 기준으로 과로와 스트레스 강도를 평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과학적 근거 없이 만든 기준으로 업무상 질병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폐기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논문에서 심뇌혈관질환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 시간이 주당 60시간을 초과해야 하는 것 역시 의학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Lancet)’에 게재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표준근로시간(35~40시간)을 일한 근로자에 비해 주당 41~48시간을 일한 근로자의 뇌경색 위험도는 10%, 49~54시간은 27%, 55시간 이상은 33% 증가했다”며 “주당 60시간 이상을 기준으로 한 고용노동부 고시는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비록 고시에서 근로시간이 60시간 이내라도 업무가 길어지면 업무와 발병 관련성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판정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제 적용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까지 진행된 국내외 임상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주당 48시간 이상 근로시간의 경우에도 심뇌혈관질환 유병률이 증가했다”며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제시하고 있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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