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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가능성 제시하는 설계, 그게 건축가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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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가능성 제시하는 설계, 그게 건축가 임무

입력
2015.07.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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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거주자 모여 사는 '토끼집'

독립적이면서도 개방적 설계

건축은 사회적 조건 반영해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당선작 '지붕감각' 앞에 선 건축사무소 SoA의 이치훈 소장. 그는 "건축을 주제로 사회와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에 설치된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당선작 '지붕감각' 앞에 선 건축사무소 SoA의 이치훈 소장. 그는 "건축을 주제로 사회와 소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서울 사간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당으로 숲이 들어왔다. 바닥돌을 들어낸 자리에 흙과 나무껍데기를 깔고, 그 위에 폭 4m의 갈대로 엮은 물결 모양 지붕을 덮었다. 갈대가 햇빛을 은은하게 가려주고, 건물 사이로 이따금 지나는 바람에 지붕이 나뭇가지처럼 흔들리며 시원한 느낌을 더한다.

이 쉼터는 국립현대미술관이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2015년 당선작 ‘지붕감각’이다. 이 구조물을 디자인한 팀은 강예린 이치훈 이재원 세 사람으로 구성된 ‘건축사무소 SoA’다. 6일 ‘지붕감각’ 아래서 만난 이치훈 소장은 “서울관이 마주보고 있는 인왕산의 산마루와 경복궁의 처마지붕을 현대적인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생각으로 디자인했다”며 “서울관의 외부공간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쉼터를 나무그늘 형태로 구성한 것”이라 설명했다.

건축사무소의 이름 SoA는 ‘건축의 사회(Society of Architecture)’의 약자다. 사회적 조건을 대면하고 이를 건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은 이름이다. ‘지붕감각’을 비롯해 2013년 무용수 곽고은ㆍ공영선과 협업한 젤라틴 옷 퍼포먼스 ‘주름, 짓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 지드래곤 ‘피스마이너스원’에 설치한 임시무대장치 구조물까지 이들은 다양한 형태의 작품에 그 취지를 반영한다. 이치훈 소장은 “다양한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관람객들과 건축을 주제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SoA는 경기 안양시의 5개 버스정류장에 전시한 공공예술프로젝트 ‘세 도시 이야기’에서 우리의 신도시가 얼마나 규격화된 거주형태를 강요하는지를 보여주었다. 안양의 지리적ㆍ역사적 정보를 수치와 그림으로 시각화함으로써 평촌을 비롯한 1세대 신도시의 표준형 아파트 설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효율성을 충족하기 위한 규격화된 건설은 결과적으로 여기서 나고 자란 청년들의 공간감각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최근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한 30평, 35평형 아파트에서 1인 가구에 적합한 주거형태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워진 경제 여건으로 인한 인류학적인 변화”라는 것이다. 그는 “식당, 빨래방, 수면방처럼 집이 담당했던 역할을 대부분 집 밖 도시가 담당하기 시작했다”며 주거공간은 이에 대응해 “잠만 자기 위한 작은 집이나 복층 원룸처럼 작지만 다양한 기능을 갖춘 형태에 대한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남가좌동에 있는 5층짜리 다세대주택 ‘토끼집’은 이러한 흐름에 대한 SoA의 부응이다. SoA는 이 건물을 “그다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의 젊은 거주자들이 모여 사는 집”으로 상정하고 설계했다. “각 세대가 철저히 폐쇄된 아파트보다는 개방적이지만, 그렇다고 셰어하우스도 아닙니다. 4개 세대가 각자의 방에서 거주하고, 공동 공간이 있지만 꼭 활용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예를 들면 4층에 있는 두 개의 복층집 사이 발코니는 공동공간이 될 수도 있고 창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토끼집은 저렴한 소규모주택 임대서비스를 표방하는 ‘새동네 프로젝트’의 건물로 현재 청년주거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의 조합원들이 살고 있다. SoA는 이 건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는 2015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1인 가구들이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다세대주택 토끼집은 SoA가 제시하는 1인 주거공간의 모델 중 하나다. 사진작가 신경섭 제공
1인 가구들이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다세대주택 토끼집은 SoA가 제시하는 1인 주거공간의 모델 중 하나다. 사진작가 신경섭 제공

그렇다면 토끼집처럼 작은 집이 미래의 집일까? 이 소장은 “건축가가 삶을 설계한다 해도 실제 삶의 형태는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정한다”고 말했다. 건축가로선 자신의 이상보다 사회의 흐름을 연구해 앞날을 예측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사회적 조건이라는 제약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설계로 여러 삶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건축가의 임무이고 직업 윤리라고 생각합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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