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교수 “판결과 무슨 상관” 반발
공공기관인 ‘예술의전당’이 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직위가 해제된 대학교수를 특강 강사로 초빙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예술의전당 측이 강의를 부랴부랴 취소했지만, 해당 교수는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홍익대 등에 따르면 예술의전당 측은 지난 5월 미술대학 동양화과 소속 문모(57) 교수를 7월부터 시작하는 여름특강인 서화아카데미 강사로 초빙했다. 문 교수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현대수묵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특강을 개설해 수강생을 모집했다. 각종 수상 경력과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라는 이력은 강의계획서에 적어 알렸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측은 첫 특강(7월 4일) 전날 문 교수 강의를 이례적으로 취소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특강 요청 당시에는 문 교수의 비위 전력을 몰랐다가 뒤늦게야 알게 됐고 바로 폐강을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의 비위 전력은 지난해 1월 한 학생이 교내 성평등센터와 경찰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문 교수가 입을 맞추는 등 성추행을 하고도 ‘학생이 먼저 교수를 꾀었다’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검은 세력이 있다’ 등의 소문을 퍼트렸다는 내용이다.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가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문 교수는 지난해 1학기 도중 돌연 학과장 자리를 내려놓고 ‘휴직’에 들어갔다.
문 교수는 문제가 터진 지 1년여가 지난 2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성추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문 교수가 가해 사실을 묻는 피해 학생 질문에 시인을 하는 녹취록, 피해 학생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학생들에게 공개 발언한 녹음파일 등이 확인됐다. 문 교수는 법정에서 “추워 보여서 따뜻해지라고 입 맞췄다, 격려의 의미로 엉덩이를 만졌다”고 맞섰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결이 나자 학교는 문 교수를 직위해제하고 모든 강의에서 배제했다.
“특강이 취소됐다“는 통보에, 문 교수가 ‘판결이 난 것과 (특강과) 무슨 상관이냐, 왜 취소를 당해야 하느냐,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취소하냐’고 반발했다는 게 예술의전당 측 얘기다. 이에 문 교수는 “예술의전당에 항의한 적이 없고 재판 중인 사안이라 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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