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기자

등록 : 2017.03.04 04:40
수정 : 2017.03.04 04:40

[인물360°] 백색테러 위협까지… 태극기 부대들의 마지막은?

등록 : 2017.03.04 04:40
수정 : 2017.03.04 04:40

지난 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대한문 일대에서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와 박사모 등 보수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제14차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 시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육군 소장 시절 모습을 본딴 탈을 쓰고 있다. 뉴시스

최근 극우단체들의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 야당 등을 상대로 한 백색테러 위협을 자행하고 있다.

이들은 박영수 특검 집 앞에서는 야구방망이까지 들고 시위를 하며 “이 XX들은 몽둥이맛을 봐야 한다”고 위협하고, 인터넷 방송에서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집주소를 알렸다. 손석희 JTBC 사장,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집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그 동안 ‘태극기 집회’와 ‘촛불 집회’로 대표된 양 진영이 주말 도심 광장에서 의견을 표출하거나 갈등을 보여온 것과는 또 다른 국면이다.

현재 대통령 탄핵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선 대표 단체는 박근혜를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박사모)와 엄마부대, 자유청년연합이다. 세 곳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박 대통령을 위해 아스팔트에서 싸운 태극기 부대들이다.

지난달 23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한 회원이 박사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기각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사모 홈페이지 캡처

박사모: 휴업하던 팬카페 다시 열고 과격파로

박사모는 박근혜 대통령의 팬클럽 단체다. 2004년에 만들어져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앞장선 단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후 공식 활동을 접은 상태였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현재, 박사모는 한국에서 가장 절박한 팬클럽이 되면서 활동자체도 과격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면서 박사모는 재결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 6만 6,000여명 선이었던 박사모 카페 회원수는 7만명까지 약 4,000명 가량이 늘어났다.

이들은 이후 탄핵 반대 집회에 태극기와 함께 나서며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 비호에 나섰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지난해 11월26일 홈페이지에 ‘忠臣不事二君(충신불사이군)’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자기 돈과 시간을 들여 사랑했으니 적어도 정치인을 사랑함에 우리에게는 너무나 강렬한 첫사랑이었다”며 박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1월엔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60대 남성이 투신해 숨지기도 했다. 설날이었던 지난 2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6층에선 조모(61)씨가 탄핵 반대 구호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투신했다. 조씨는 지난해 말부터 박사모 회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선 박사모 홈페이지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까지 올라와 이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재판관 8명 전원이 경찰의 경호를 받게 됐다. 지난 달 23일 박사모 홈페이지에는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글을 올린 최모(25)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엄마부대봉사단, 탈북여성회,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4년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가족 단식농성장' 앞에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자식 의사자라니요", "유가족들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의사자라니요"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엄마부대: 막말과 행패, 충돌 조장하러 빈소까지 출동

“위안부 할머니들이 희생해달라”(일본과의 위안부 협상을 두둔하며)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것도 아닌데 이해할 수 없네요"(세월호 가족들의 단식농성장에서). 엄마부대의 활동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단연 막말과 행패다. 이들은 상대방에 대한 직접 폭력도 불사한다.

엄마부대 시위대 일부는 지난 1월16일 삼성그룹 서초사옥 앞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반대하는 시위를 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농성장에서 행패를 부려 경찰서로 연행됐다. 이들은 갑자기 삼성그룹 사옥 근처에서 천막 농성중인 반올림 농성장으로 몰려가 반올림측이 진열한 광고물을 부수고 현수막을 훼손하며 "쓰레기는 꺼져라 북한으로 가라" 등 막말을 쏟아냈다.

지난해 11월에는 엄마부대의 주옥순 대표가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여고생을 폭행해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주 대표는 A양이 자신의 사진을 찍자 “찍지 말라”며 들고 있던 피켓으로 A양의 뺨을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았다.

엄마부대의 활동 무대는 비단 시위 현장뿐만이 아니었다. 정부 비판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장소라면 어디든지 이들은 나타나 의도적으로 충돌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에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긴 김모씨의 빈소에 주 대표 등 엄마부대 회원들이 나타나 유족의 허락 없이 가족과 분향소 사진을 찍고 이를 제지하는 유족과 자원봉사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세월호처럼 키우려고 하느냐”고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비슷한 풍경은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백남기씨의 빈소에서도 반복됐다. 지난해 10월 주 대표는 백남기씨의 빈소가 있는 서울대병원 앞에 상복을 입고 나타나 “신속하게 부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박근혜 퇴진 18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빗속에서 진행되고 있다.(아래) 경찰 버스 차벽 너머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청년연합: 퍼포먼스로 시선끌고 정부비판자는 고발하고

지난달 25일 박영수 특검의 집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박 특검의 얼굴이 그려진 현수막에 불을 붙였던 자유청년연합은 과격한 퍼포먼스와 고발로 악명이 높았다. 자유청년연합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 10월 2012년 대선 당시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조직적으로 남겼다며 전국공무원노조를 선거개입 혐의로 고발하면서부터다. 당시 이들은 선거관리위원회도 문제삼지 않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남겨진 글 불과 3건을 증거로 제시했으나 검찰에서 공무원노조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실시해 파장이 컸다. 이후 이들은 박근혜 정권이 수세에 몰릴 때마다 등장해 비판자들을 온갖 혐의로 고발하고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데에 집중적인 활동을 펼쳤다.

지난 2014년9월 자유청년연합은 세월호 가족과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서울 광화문 광장에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이들은 단식농성 천막 앞에서 피자, 치킨 등을 시켜서 먹는 이른바 ‘폭식 투쟁’ 퍼포먼스를 강행해 시민들을 경악시켰다. 약 열흘 후 자유청년연합은 세월호 유가족들과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을 대리기사 폭행 혐의로 고발했다.

2015년 11월 벌어진 민중총궐기 집회 후 백남기씨가 중태에 빠지며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자유청년연합은 다른 보수 시민단체와 함께 집회를 주최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경찰은 한 위원장에게 29년간 적용되지 않던 ‘소요죄’까지 적용시켰다. 이듬해 10월 자유청년연합은 백남기씨가 사망하고 부검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자 ‘유족이 적극적 치료대신 소극적 연명 치료만 했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고발했다.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 관련 특검이 진행되면서 청와대가 재벌기업들의 돈을 받아 전경련을 통해 어버이연합 등 극우 성향 단체들에게 지급해 친정부데모를 집중 지원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백색 테러 위협까지 서슴지 않는 극우단체들의 현재 활동 방식은 국민이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을 앞둔 다음주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극단적인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내려놔야 한다면, 태극기 부대는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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