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서 또 다른 갱도 굴착 포착
정부 "만탑산 갱도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 핵실험 실시할 수도"
영변서는 5MW원자로 가동 중단, 재처리 통해 플루토늄 추출 준비
"엄포형 기만전술 가능성" 분석도…
북한이 핵 실험장이 위치한 풍계리와 5MW원자로가 있는 영변에서 핵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북한이 공공연히 4차 핵실험 감행을 예고한 가운데 다음달 1일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도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보당국이 최근 북한지역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새로운 갱도(터널) 굴착공사를 시작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기존의 만탑산 서쪽 및 남쪽 갱도와는 또 다른 갱도에서 터파기에 동원된 차량과 사람들이 활발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은 만탑산 동쪽 갱도, 2009년 2차 핵실험은 서쪽 갱도, 2013년 3차 핵실험은 남쪽 갱도에서 각각 실시했다. 이후 동쪽 갱도는 폐쇄했지만 서쪽과 남쪽 갱도는 언제든 다시 가동할 수 있는 상태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과거 핵실험을 실시한 갱도가 있는데도 왜 새로운 갱도를 굴착하는지를 놓고 의도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과거 파키스탄의 경우 여러 갱도에서 수일에 걸쳐 동시다발 핵실험을 실시해 단기간에 핵 보유국 지위에 올라선 전례가 있다. 다만 새로운 갱도를 완성하는데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북한의 움직임은 다소 의외라는 게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풍계리의 새로운 움직임은 일단 터파기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만탑산 갱도 여러 곳에서 동시에 실시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핵 시설이 밀집한 북한의 영변에서는 5MW원자로가 이달 중순부터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로 가동중단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위한 사전 준비단계다. 원자로는 통상 2년 정도 가동한 뒤에 플루토늄을 추출해야 순도가 가장 높고 너무 오래 가동하면 플루토늄의 질이 떨어진다. 북한은 2013년 8월경부터 5MW원자로를 재가동해 왔다.
북한은 과거 3차례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을 확보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앞서 3차례 핵실험을 모두 플루토늄 방식으로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40㎏수준의 플루토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것은 재처리에 나서기 위한 수순이지만 북한의 기만전술일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활동이 본격화하면서 내달 1일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채택할 공동성명에는 북한의 핵 문제가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수준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움직임 자체가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북한은 지난 10일 열병식을 생중계하면서 핵무기의 다종화와 소형화, 경량화를 강조하며 자신들의 핵 능력이 한 단계 발전했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바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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