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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도심에서 시민이 만든 물총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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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도심에서 시민이 만든 물총축제

입력
2016.07.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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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마른페스티벌'에 참석한 시민들이 물총싸움을 벌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31일 충남 천안시 불당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마른페스티벌'에 참석한 시민들이 물총싸움을 벌이며 즐거워하고 있다.

“적군이 왼쪽 골목으로 숨었다. 뒤로 돌아가 막아라”

땡볕이 쏟아지는 31일 오후 2시. 충남 천안시 불당동 ‘카페거리’에서 열린 ‘마른페스티벌’에 참여한 시민 1,000여명이 신나는 물총 싸움을 벌였다.

축제 참가자 가운데 어린이들이 가장 신났다.

아이들은 물총싸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었지만 삼삼오오 짝을 이뤄 30여개의 카페가 밀집한 골목 고샅을 달리며 상대에게 물총과 물풍선 세례를 퍼부었다.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참여한 어른들도 ‘비에 젖은 생쥐’모습으로 변했지만 무더위를 식히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축제 초청인사와 카페거리 상인들도 어린이들의 물총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근엄한 표정으로 축사에 나섰던 시의원과 지역인사들도 물총과 물풍선을 맞으며 동참했다.

축제는 태국의 세계적인 물 축제 ‘쏭크란 축제’를 보는 듯 했다.

장빈(아산 풍기초 5)군은 “아빠와 함께 왔는데 수영장 보다 훨씬 재미있다”며 “거리에서 만난 낯선 또래 친구와 어른들에게 마음 놓고 물총을 쏠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해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며 말했다.

축제는 지역 청년문화기획자들이 설립한 비영리법인 포지티브피플이 3년째 이어왔다. 매년 시민과 자원봉사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기부가 이어지면서 천안지역 최초의 ‘시민주도형 축제’로 자리잡았다.

처음에는‘천안 물총싸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2년 간 천안 원도심 명동패션거리 활성화를 위해 치러왔으나 올해는 불당동 카페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키즈존’을 운영해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크게 늘었다.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DJ와 지역 음악가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불당동카페거리 번영회는 축제를 위해 장소를 무료로 선뜻 내놓고 창업교육전문 벤처기업 ㈜앙클은 행사기획을 무료 제공했다.

이날 오전에는 물 부족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는 ‘물 부족 현황 및 사례(기술)’를 주제로 포럼이 열려 의미를 더했다.

축제를 준비한 이성진(38) 포지티브피플 대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주도형 축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많은 시민참여를 축제 이름을 바꾸고 장소도 옮겨 더욱 풍성해 졌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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