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손에 의해 600여년 만에 일본으로부터 고국 땅으로 돌아온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법리 싸움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지난달 26일 대전지법은 정부가 보관 중인 불상을 부석사에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같은 달 31일 대전지법 다른 재판부에서 검찰이 낸 불상 인도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최종 판결 전까지 부석사가 아닌 국가가 불상을 보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원래 불상이 만들어진 부석사로의 반환이 당연하다는 입장과 앞으로 다른 국외문화재의 환수를 위해서라도 절도해 온 불상은 일본에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일본 내 반한감정에 큰 영향을 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일관계를 해치지 않고 불상의 주인을 제대로 가리는 솔로몬의 지혜는 없는 것인가. 문화재 반환을 둘러싼 세계 여러 사례를 Q&A 형식으로 살펴보며 불상의 앞날을 점쳐본다.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논쟁의 핵심은?
불상의 원 제작지는 서산 부석사지만, 2012년 한국인 절도범들이 일본 쓰시마(對馬) 섬의 사찰 간논지(觀音寺)에서 이를 훔쳐오면서 논쟁이 발생했다. 논쟁의 핵심은 14세기 일본의 약탈 여부다. 절도범들은 신라시대 만들어진 금동보살입상도 함께 훔쳐 왔으나 국내에서 이 불상의 소유를 주장하는 사찰이나 단체가 없어 2015년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은 "간논지의 역사적 기록을 보면 금동관세음보살좌상은 약탈품”이라고 주장했다. 이상근 문화재환수국제연대 대표도 “절도단을 긍정할 순 없지만 프랑스의 경우도 문화재 소장자가 취득경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하면 불법 약탈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 혜문스님은 “부석사 불상은 도둑질해온 걸 돌려주느냐 마냐가 핵심인데 마치 문화재 환수문제인 것처럼 비친다”고 반박했다.
-도난 문화재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은 어떠한가?
문화재 반환 분쟁에서 가장 많이 적용되는 국제 협약은 1970년 유네스코총회에서 채택된 ‘문화재의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의 금지와 예방수단에 관한 협약’이다. 전문을 보면 “자국 내 영역 내에 존재하는 문화재를 도난, 도굴 및 불법적인 반출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 부과된 책임”이라고 명시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도 외국 문화재가 불법 반출된 것이라면 이를 반환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절도범들이 불상을 들여왔을 때 불상이 일본으로 반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원래 만들어진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6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다른 미술품들을 대여받는 조건으로 이탈리아에 문화재 21건을 반환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현존하는 고대 꽃병 도자기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유프로니오스 크라테르’가 2008년 이탈리아 국립에트루리아박물관으로 돌려보내졌다. 기원전 6세기에 제작된 이 꽃병을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1972년 미국의 한 고미술품 거래상에게 100만달러를 주고 적법하게 구입했다고 주장하나 이탈리아는 도난 당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탈리아는 긴 협상 끝에 이 문화재는 반환 받았고, 보스턴 미술관, 폴 게티 박물관, 프리스턴 대학 박물관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해 문화재 68점을 돌려 받아 2007년 ‘귀향: 되찾은 걸작들’이라는 대형 전시를 열었다. 이탈리아는 ‘문화재는 만들어진 장소에서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는 논리로 잃어버린 유물 환수에 적극적이다. 동시에 자신들이 약탈해 온 문화재 반환에도 협조적이다.
-문화재 반환 논쟁 중 대표적인 사례는?
1893년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이 트로이 유적에서 발굴해 독일에 기증한 프리아모스의 보물도 논쟁거리다. 고대 그리스 트로이와 미케네의 황금·보석장신구 수 백 점인 프리아모스의 보물은 2차 세계대전 전까지 베를린 왕립박물관에 전시돼 있었다. 전쟁 발발 뒤 행방을 알 수 없었는데 장신구 일부가 1993년 모스크바 푸시킨 박물관 특별전에서 공개됐다. 옛 소련군이 베를린에서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전리품이라 주장하고 독일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보물이 발굴된 지역인 터키는 자신들이 소유권을 지녔다는 입장이다.
-정부 협상 외에도 반환 방법이 있는가.
중국은 민간의 노력으로 문화재를 되찾기도 했다. 1860년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은 청나라 황제의 여름별장인 원명원을 파괴하고 청동 12지신상 등 문화재를 약탈했다. 2000년 중국 바오리 그룹은 홍콩 크리스티 경매장과 소더비 경매장에서 12지신상 중 소ㆍ원숭이ㆍ호랑이머리 청동상을 46억여원에 낙찰 받았다. 2007년에는 홍콩 기업가 스탠리 호가 소더비 경매장에 출품된 말머리 청동상을 102억여원에 구입해 중국에 기증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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