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해찬 대표 체제로 전환된 이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대로 힘을 받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해 온 장 실장은 보수 야당의 집중 공세를 받으며 낙마위기로 내몰리는 듯 했지만, 이 대표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합세하면서 오히려 대대적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장하성 실장은 31일 충남 예산에서 열린 2018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강연자로 나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장 실장은 발제문에서 “최근 고용ㆍ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보수 야권이 연일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만약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 방향으로 회귀하자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소득주도성장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 실장은 강연 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내 은산 분리 반대 목소리와 관련해 “먼 미래까지야 보장할 수 없으니까, 기존 재벌들이 소유하는 경우가 생길까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이 (특정 주주의) 사금고로 전락할 가능성은 원천적으로 없다”고 단언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과 관련해서도 “9월부터 주택 소유 상황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작동하기 때문에 실수요인지인지 솎아낼 수 있게 된다”며 “(개발호재에 따르는 투기수요를) 차단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 실장의 어깨에 부쩍 힘이 실리는 데는 이해찬 대표가 당권을 잡은 영향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전대기간 동안 소득주도성장 기조가 흔들리는 건 “냉전 수구세력의 정치 공세”가 배경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혀왔다. 25일 당 대표 수락연설문에서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겠다”며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흔들림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처음 열린 30일 고위 당정청회의에서도 이 대표가 장 실장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면전에 두고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예산편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장 실장 손을 사실상 들어주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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