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방한했다. 선진7개국(G7) 정상회담 참석 차 일본에 들르는 것을 제외하고 6일 간의 국내 일정이 잡혀 있다. 각종 포럼과 협회 행사, 관광지인 하회마을 방문 등 서울과 제주, 일산, 안동, 경주를 돌 예정이다. 자연히 정치권과 언론이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쏟는 관심도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9년여의 총장 재임 기간 동안 수 차례 방한했지만 이번처럼 관심이 집중된 때는 없었다.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고개를 든 ‘반기문 대망론’때문일 터인데, 그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벌써부터 반기문 띄우기에 발 벗고 나선 분위기다. 반 총장이 기조연설을 한 제주포럼에는 정진석 원내대표를 포함해 여당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안홍준 의원은 “대선에 당연히 나서야 한다”고 했고, 친박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대선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며 여당 대선후보로 기정사실화했다. 친박계가 ‘반기문 대망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게 차기 정권을 겨냥한 계파적 이해와 무관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반면 야권은 도가 지나친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당권은 최경환, 대통령은 반기문 구도”라며 “반 총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친박 대통령 후보로 내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밑도 끝도 없는 추측을 사실처럼 말하는 뜻을 알기 어렵다.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해외에 나가서 뭔가 한 자리하면 국위선양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버릴 때가 됐다”고 폄하하기도 했다.
2006년 유엔사무총장 선거 당시 반기문 당시 외교장관을 ‘세계의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는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적 위상 제고 등 국익과 이어져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반 총장은 연말까지 7개월여 임기가 남았다. 대선 출마 여부를 둘러싼 국내 논란은 남은 임기 중 총장 역할 수행에 장애가 되고, 국제적으로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십상이다.
그간 분명한 태도를 표하지 않았던 반 총장의 태도가 출마 관측과 논란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반 총장은 이날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언론인 간담회에서도 대망론과 관련한 질문에 "임기종료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것을 그때 가서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화법이다. 반기문 대망론 논란이 더 불이 붙게 생겼다. 반 총장이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당위적 차원에서나 국익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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