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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트럼프’ 재집권… 남미 좌파 또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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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트럼프’ 재집권… 남미 좌파 또 졌다

입력
2017.12.18 16:4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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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빙 예상 뒤엎고 9%p 차이

경제 2배 성장 약속 표몰이

‘좌파 정권 심판론’으로 대승

세바스티안 피녜라(가운데) 전 칠레 대통령이 17일 대선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수도 산티아고에 모인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바스티안 피녜라(가운데) 전 칠레 대통령이 17일 대선에서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수도 산티아고에 모인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경제난에 시달리던 남미 칠레 국민이 17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우파 진영의 세바스티안 피녜라(68) 전 대통령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중도좌파 정권이 4년만에 다시 여론의 엄혹한 심판을 받으면서 중남미 좌파 벨트에 얼마나 타격을 가할지 주목된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우파 야당인 ‘칠레 바모스(칠레여 갑시다ㆍCV)’ 후보로 나선 피녜라 전 대통령은 54.6%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중도좌파 여당연합 ‘누에바 마요리아(새로운 다수ㆍNM)’ 후보인 알레한드로 기예르 상원의원의 득표율은 45.4%에 그쳤다. 애초 지난달 19일 1차투표 이후 좌파 진영이 기예르 후보를 집중 지원해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다르게 최종 득표율은 약 9%포인트 차이로 벌어졌다. 피녜라 당선자는 결과 발표 후 “감명 깊은 승리에 겸손해진다”며 “선거 기간 분열됐던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하나로 뭉쳐달라”고 호소했다.

피녜라 당선자는 이번 대선에서 ‘경제회복과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변화를 호소했다. 중남미 최대 구리 수출국인 칠레는 그만큼 극심한 경제 침체에 시달리고 있었다. 미첼 바첼레트 현 대통령의 집권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014년 2.83%에서 지난해 2.44%까지 계속해서 하락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에 불과하다.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가 컸지만 고율의 세금 등도 투자 억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피녜라의 집권 시절 실적과 각종 경제 활성화 공약은 이런 상황에 주효했다. 칠레대학교 경제학 교수, 자산 24억달러의 기업인 출신인 피녜라는 ‘칠레의 도널드 트럼프’로도 불린다. 그는 대선 캠페인 내내 집권(2010~2014년) 당시 연평균 5.3% 성장률을 기록한 점을 강조, 임기 내 성장률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법인세 인하 등 세제개혁, 140억달러 상당의 에너지ㆍ사회간접자본ㆍ보건 시설 투자 등 친시장 공약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공적 연금 기금 마련과 보편 교육의 확대 등 복지 공약으로 중도파ㆍ서민층 표도 확보했다.

칠레 국민은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기대하면서도 급격한 보수화에 대해선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첼레트 대통령이 지난 8월 입법을 적극 추진했던 동성결혼 허용 문제다. 피녜라는 이미 동성결혼 허용 법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밖에 노동조합 권리, 낙태 일부 허용 등 바첼레트 정권이 주력한 사회ㆍ인권 분야가 일제히 후퇴할 수 있다. 이날 낙선한 기예르 의원은 이를 의식한 듯 패배를 시인하면서도 지지자들에게 “바첼레트 대통령의 진보적인 개혁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연말 칠레의 정권 교체는 내년 선거를 앞둔 중남미 국가들에게도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등이 우파 정권으로 교체된 데 이어 칠레도 같은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특히 브라질과 멕시코, 콜롬비아는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어 피녜라 차기 정부의 성패 여부에 각국 여론도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중남미 전문가 섀넌 오닐은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칠레는 중남미 지역에 중요한 선거가 줄지어 예정된 ‘선거의 해’ 포문을 열었다“며 “칠레에서 일어난 좌ㆍ우파 분열은 콜롬비아, 브라질 등 이웃 국가에서도 각자의 형태로 재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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