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사람중심 경영’ 사례 연구를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 마이다스아이티를 찾은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이 회사 임직원 17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한 뒤 깜짝 놀랐다. ‘사람중심 경영’ 평가지표 중 하나인 ‘권한위임ㆍ주인의식’ 항목에서 전원이 10점 만점을 줬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수많은 경영평가와 설문조사를 해봤지만, 무작위ㆍ비공개 조사에서 모든 응답자가 최고 점수를 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회사에 100% 헌신한다는 뜻일 뿐 아니라, 대표이사와 임직원들이 근로계약 대신 믿음을 공유하는 신념집단의 응집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사람중심 경영’ 지수의 나머지 항목에서도 8~9점대 높은 점수를 얻어, 총 50점 만점에 44점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 평균(25.38점ㆍICSB 평가)보다 무려 1.7배나 높다.
마이다스아이티 직원들이 놀라운 주인의식을 갖게 된 건 전적으로 이형우(57) 대표 역할이 크다. 창업 3년째이던 2003년 이후 채용ㆍ급여ㆍ복리후생ㆍ퇴직 등 인사관리 전반에서 다른 기업은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철저한 ‘사람중심 경영’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핵심은 ‘4무(無) 경영’이다. ▦채용에서 ‘무 스펙’ ▦승진에서 ‘무 경쟁’ ▦인사평가에서 ‘무 징벌’ ▦퇴직에서 ‘무 정년’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집안ㆍ출신학교를 따지지 않고 열정과 실력만으로 신입 직원을 뽑으며(무 스펙), 직원들이 큰 잘못을 저질러도 처벌하거나 금전ㆍ인사상 불이익을 절대로 주지 않는다(무 징벌). 고성과자는 2년마다 특별승진 기회를 주지만, 직원 모두에게도 승진을 보장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이사보’까지 4년마다 자동으로 승진한다(무 경쟁). 또 정년 퇴직을 할 나이가 되도 역량이 있으면 계속 회사에 남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무 정년).
경쟁과 신상필벌이 조직 관리의 근간인 주류 경영학 인사원칙과 정반대인 ‘4무 경영’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는지 물었더니, 이 대표는 “우리 회사 성공의 원동력이 바로 거기에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무 스펙’ 선발을 통해 알짜 인재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긍정성, 적극성, 전략성, 성실성과 같은 내면적 핵심역량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생물학과 신경과학 기반으로 개발된 ‘인시드’(in SEED) 채용 시스템으로 신입 사원을 뽑고 있는데, 그 결과는 통념과 완전히 어긋난다.
500대1이 넘는 경쟁률 속에서 골라낸 신입사원 가운데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의 최상위권 대학 출신 비율은 20% 미만이다. 또 입사 후 ‘고 성과자’ 비율은 상위 10위권 밖 대학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대표는 “요즘 최상위권 대학 졸업생은 지식 위주 암기교육과 어머니 주도로 마련된 왜곡된 환경에서 지식 기계로 자라났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수한 두뇌와 많이 입력된 지식에도 불구, 현장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개탄했다.
이렇게 뽑은 직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대우가 주어진다. 임금은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동종 업계(소프트웨어) 평균을 뛰어넘는다. 복리후생은 ‘한국의 구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분당 사옥 4층 마이다스 라운지에서는 특급 호텔급 뷔페가 매일 제공되며, 만 35세 이상 임직원과 배우자는 매년 1회 정밀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에 다니는 자녀에게는 등록금 전액이 지원되고, 유치원 자녀를 뒀다면 매월 소정의 지원금을 받는다. 주택자금 대출 지원은 물론이고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는 축하금도 지급된다.
이 대표도 회사를 창업할 때부터 이런 경영을 펼친 건 아니다. 이익을 중시하는 전통적 관리방식에 의존했다. 2000년 15억원이던 매출이 2002년 104억원, 2004년 145억원으로 급성장하고, 국내 건축물 구조설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 90%를 기록했지만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30~40명 직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더니 이직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를 욕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고 말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느끼고, 인간 본성을 알기 위해 생물학ㆍ뇌과학 서적까지 독학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는 전통적 관리경영과 결별했다. 대신 신뢰를 얻으려고 직원들에게 경영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먼저 최고 대우를 제공한 뒤 구성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자발적으로 성과를 내주기를 기다렸다.
실험은 적중했다. 철저한 신뢰는 몰입을 낳고 직원들은 회사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조직으로 만들었다. 건설ㆍ기계 분야 구조해석 및 설계용 소프트웨어가 주력인 이 기업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세계 110여개 국에 수출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랍에미리트(UAE) 부르즈 칼리파, 중국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등 내로라하는 건물이 이 회사 기술력으로 지어졌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이 대표는 ‘사람중심 경영’을 고수하면서 금전적으로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 지난 10여년 매년 70억~8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덕분에 기업을 공개하고 일부 지분만 처분해도 큰돈을 챙길 수 있지만 오히려 정반대 행보를 하고 있다. 설립 초기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외부에서 조달한 지분을 꾸준히 자사주 형식으로 매입하고 있다. 이는 ‘사람중심 경영’ 가치를 흐릴 외부 입김을 배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기업은 대주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내가 은퇴해도 ‘사람중심 경영’이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지배구조를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다스아이티 방식이 국내 다른 업체에도 적용되겠냐’는 질문에, 이 대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곧 웬만한 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며 “이제 기업 경쟁력은 사람 본연의 창의성에 좌우되는 만큼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철환기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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