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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에 빠져 밤새우는 청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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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에 빠져 밤새우는 청춘들

입력
2017.10.26 2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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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었다” 투자 사례 입소문에

주머니 사정 팍팍한 청년들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 투자 열풍

24시간 거래ㆍ상하한선 없어

폭등ㆍ폭락 반복… 중독성 강해

하루종일 시세 확인 폐인 생활

“투자자 보호장치 없어 주의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널뛰는 가격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스타트업 기획자 황모(26)씨는 최근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거래 삼매경에 빠졌다. 올해 초 200만원으로 비트코인을 구입했다가 5배 수익이 나자 본격 투자에 나섰다. 비트코인 시세가 단 시간에도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탓에 매일 서너 시간 이상 휴대폰을 붙들고 있거나, 자다가도 일어나 시세를 확인하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기 일쑤다. 황씨는 “가상화폐는 24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시세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다 보니 주식 거래보다 중독성이 훨씬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투자 거품 우려가 잇따르고 있지만 행여나 일확천금을 노리는 20대 청춘들이 늘고 있다. 주변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투자 사례가 입소문을 타며 유혹하는가 하면, 대학별로 온라인 단체대화방이 개설돼 수백 명이 가상화폐 공부에 열중한다. 시세가 급등하는 날엔 온라인 커뮤니티 ‘비트코인 갤러리’에 5,000여개의 게시물이 쏟아지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청춘들은 이미 후끈 달아오른 가상화폐 열풍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국내 거래 규모는 일일 약 3조원으로 코스닥시장(2조2,000억원)을 넘어섰고, 대표격인 비트코인은 가격이 1년간 8배 넘게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다. 주식보다 화끈하고 첨단 기술까지 곁들여진 최신 투자처라 여기니 주머니 사정이 팍팍한 청년들 입장에선 솔깃할 수밖에 없다.

열광은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A(26)씨는 “가격 하락을 예상해 300만원어치 비트코인을 미리 빌려 파는 공매도를 했다가 가격이 오르면서 손해를 봤다”며 “주식과 달리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대학생 B(25)씨도 “투자 대박이 난 친구를 따라 8월부터 투자했다가 원금이 반토막 났다”며 허탈해했다. 여기에 최근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튤립 버블보다 비트코인 버블이 더 심각하다, 비트코인은 결국 폭발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글로벌 전문가들은 잇따라 가상화폐 경고음을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 중독’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원 전모(27)씨는 지난해 12월 재미 삼아 이더리움을 20만원어치 구입했다가 5개월 만에 15배인 300만원으로 폭등하는 경험을 했다. 이후 전씨는 ‘훨씬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700만원 가까이 투자하며 24시간 가상화폐 거래 굴레에 갇히게 됐다. 샤워할 때도 휴대폰을 곁에 두고 시세를 확인하거나, 새벽까지 시세차트를 보며 밤을 새는 폐인 생활이 이어지며 가상화폐 노예가 된 것이다. 전씨는 “수익을 내기는 했지만 일상생활이 다 망가져버려 좋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산 규모가 적고 위험회피 성향이 낮은 젊은 층이 ‘날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고위험-고수익 자산인 가상화폐에 몰리고 있다”며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섣부른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김주은 인턴기자(고려대 컴퓨터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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