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출연금, 개별 지급” 논란
나눔의 집 등 시설 거주자 제외
정부, 국내외 20명 의견 청취
“16명이 합의에 긍정적 반응”
전체 할머니 절반도 안돼 한계
사실상 日정부 사과 수락 의미도
할머니들 분열로 큰 상처 우려
외교부가 4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정부가 위안부 재단에 출연키로 한 10억엔 전액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금 등의 형태로 개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돈의 성격을 둘러싸고 피해 할머니들의 의견이 갈라질 가능성이 커 “일본 정부는 돈만 내고 뒤로 빠진 채 내부 분열만 키우게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가 10억엔 전액을 위로금 등의 형태로 지급하는 근거로 삼은 것은 이날 외교부가 발표한 피해 할머니 의견 청취 결과다. 외교부는 지난달 11일부터 29일까지 나눔의 집 등 시설 거주자를 제외하고 국내에 개별적으로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8명 중 18명과 해외 거주 할머니 4명 중 2명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16명(국내 14명, 해외 2명)이 이번 위안부 합의에 긍정적 반응을, 4명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국내 접촉 할머니 28명 중 4명은 노환 등 의사소통 곤란으로 의견을 듣지 못했고 6명은 신분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면담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238명으로 이중 192명이 숨졌고 국내에 42명, 해외에 4명이 거주하고 있다.
위안부 합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할머니들은 생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평가하는 한편, 개별 보상을 희망하면서 액수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일부 할머니들은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대한 거부감도 표출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 ‘돈이 재단 운영비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 는 이유로 재단 설립에 반대한 분도 있었다”며 “’소녀상 문제가 걸림돌이 돼서 이번 타결의 혜택을 못 받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 분도 한 분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할머니들은 기념관 건립 등의 추모 사업 보다는 실질적인 개별적 혜택을 원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 ‘일본에서 받은 돈으로 위안부 기념관을 짓는 것은 모든 할머니가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분들도 개별 보상 액수에는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억엔 전액을 위로금, 의료비, 간병비 등의 형태로 지급해 할머니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의견 청취 대상이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 46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다, 이번 합의를 반대하는 나눔의 집 등 지원단체 거주 할머니들의 의견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내부 분열을 부채질하는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합의에 반대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법적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의 위로금엔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일본에서 받은 돈을 나눠준다는 점에서 이를 수용하면 사실상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들인 격이어서 향후 일본 정부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과 배상금 요구의 명분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정대협을 중심으로 한 위안부 운동의 동력 자체가 소멸할 수 있는 것이다. 위로금을 받는 쪽과 거부하는 쪽간의 내부 분열과 갈등이 크게 부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아직 재단을 설립하지 않았고 일본 정부 예산이 지급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위로금 등을 언급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안부 합의와 소녀상 이전에 대한 정대협 중심의 반발 대열을 흔들기 위해 ‘위로금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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