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외계인이 있을까?” 호기심이 키운 우주의 꿈

입력
2017.04.06 04:40
0 0

●콘택트

“넓은 우주에 인간뿐이라면…”

외계인에 생을 바치면 낭비일까

●인터스텔라

“모르는 걸 알고 싶어 우주로…”

인류 구원을 위해 떠나는 탐험

●마션

“문제를 계속 해결하다보면…”

화성에 남은 학자의 생존법

우주와 외계 생명체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한마디는 아마도 칼 세이건이 했던 말이지 싶다. 영화 ‘콘택트’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한 문장이다.

“이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그럴 듯한 말이다.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 존재하는 것처럼, 우주 저곳에 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것이라 추측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문장에는 다분히 종교적인 태도가 서려 있기도 하다. ‘공간의 낭비’라는 표현은 우주를 창조한 존재를 암시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우주를 만들어낸 ‘신’이 있는데, 그 ‘신’의 부모는 ‘공간의 낭비’를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매일 저녁 신을 다그친다. “신아, 이렇게 큰 우주를 만들었으면 생명체가 살 만한 곳을 더 만드는 게 좋지 않겠니? 자꾸 그렇게 낭비할 거면 우주의 크기를 좀 줄이든가…”와 같은 잔소리를 매일 밤 했을 것이다. 부모의 잔소리를 견디지 못한 신은 우주 곳곳에 생명체가 살 만한 장소를 여러 개 만들게 되고, 그 중 지구라는 푸른 별에서 인간들이 살게 되었다. 그런 상상을 하다 보면 신과 가까워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영화 '콘택트'는 인류와 외계 생명체의 접촉을 통해 꿈과 소통의 의미를 되새긴다.
영화 '콘택트'는 인류와 외계 생명체의 접촉을 통해 꿈과 소통의 의미를 되새긴다.

넓고 넓은 우주에는 낭비라는 개념이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라는 공간은 몹시 넓어서 아껴 써야 할 이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이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싸해진다. 누군가 거기 있다면, 크게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 1977년 쏘아 올린 우주 탐사선 ‘보이저’에 지구의 음악과 우주에 보내는 인사를 담은 ‘골든 레코드’를 싣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세이건은 ‘골든 레코드’를 실어 보내면서 이런 글을 적었다.

“어쨌든 그들은 우리에 대해서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 것이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열정을 품지 않은 존재라면, 그런 메시지를 담은 우주 탐사선을 다른 세상과 다른 존재에게 띄워 보낼 리 없다. 메시지가 엉뚱하게 해석될 가능성이야 얼마든지 있지만, 어쨌든 그들은 분명히 알 것이다. 우리가 희망과 인내를, 최소한 약간의 지성을, 상당한 아량을, 그리고 우주와 접촉하고자 하는 뚜렷한 열의를 지닌 종이었다는 사실을.”(‘지구의 속삭임’ 칼 세이건 외 지음·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우주와 관련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그들은 미래를 떠올리고, 우주와 맞닿고자 하는 열의를 지녔으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눈으로 그려보는 사람들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1997년작 ‘콘택트’는 그런 낭만적 세계관으로 가득 찬 영화다. “이 넓은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뿐이라면 그것은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라는 말에 매혹된 엘리 애로웨이(조디 포스터)는 외계 생명체를 찾는 데 자신의 전 생애를 바친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엘리는 자신의 평생을 낭비해서 겨우 꿈 하나를 건진 셈이다. 엘리의 삶은 과연 낭비된 것일까.

영화 '인터스텔라'는 부성애와 인류 멸망을 소재로 과학의 의미와 효용성을 묻는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부성애와 인류 멸망을 소재로 과학의 의미와 효용성을 묻는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 역시 낭비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허황된 꿈을 지닌 사람들이다. 어린 머피(제시카 채스테인)가 아버지 쿠퍼(매슈 매코너헤이)에게 묻는다. 책상 위의 책들이 떨어지고, 이상한 일들이 주변에서 자꾸 일어난다고, 그런 현상을 ‘폴터 가이스트 현상’이라고 부른다는데 그게 뭐냐고 묻는다. 아빠는 단순하게 대답한다. “과학적으로, 그런 건 없어.” 머피는 물러서지 않는다. 당돌하게 다시 묻는다.

“과학은 모르는 걸 인정하는 거랬잖아요.”

이미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우주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모르는 걸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우주선을 만들고, 목숨을 걸고 대기권 밖으로 날아갈 것이다. 그들은 한 단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영화 '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은 한 식물학자를 매개로 인간의 생존의지와 인류애의 가치를 그린다.
영화 '마션'은 화성에 홀로 남은 한 식물학자를 매개로 인간의 생존의지와 인류애의 가치를 그린다.

유쾌한 식물학자의 화성 생존기를 다룬 영화 ‘마션’에서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자신의 생존법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이 말이 우주를 꿈꾸고 다른 차원을 상상하는 과학자들의 마음처럼 느껴졌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리고 다음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다 보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있는데, 우주선 개발에 돈을 쓰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외계 생명체를 찾아 나서고, 닿을지 알 수 없는 우주 공간에 지구의 음악을 쏘아 올리는 건 무모한 이상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세이건의 말을 조금 비틀어서 말하고 싶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히 크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상상할 수 있고,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그토록 뛰어난 가능성의 인간들이 좁은 영토를 빼앗기 위한 전쟁에만 몰두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낭비일 것이다.

김중혁 소설가·B tv ‘영화당’ 진행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