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 우리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 등을 놓고 두 야당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정체성과 관련된 민감한 안보 현안들에 대해 정리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니 국민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야권의 분열ㆍ이합집산과 외연확장 과정에서 이질적 인사들의 결합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분열로 야권의 총선 전망이 어두운데 정체성 혼란까지 겹치면 결과는 보나마나다. 야당엔 설상가상의 위기다.
더민주가 겪고 있는 안보 정체성 혼란의 중심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설 연휴기간 군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궤멸론을 개진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국방태세를 튼튼히 유지하고 우리경제가 더욱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온다는 것인데 남북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더민주의 종래 입장에 배치된다. 문재인 전 대표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대해 “전쟁을 하자는 것이냐”며 맹비난하고 나선과도 결이 다르다. 김 대표가 18일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억제 해법이 될지 의문”이라고 밝혀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는 더민주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듯 하지만 근본적인 안보 견해차가 좁혀질지 미지수다.
국민의당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래‘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천명했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1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에서 튼튼한 안보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고 극단적 대결론에 대해서도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의 한 축인 천정배 공동대표는 정부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를 강력히 비판하는 등 기조를 달리한다. 더욱이 17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가 햇볕정책 실패론을 제기해 중구난방 아니냐는 논란을 야기했다. 안 공동대표는 어제 국회 대표발언을 통해 정부여당에서 제기되는 북한 체제붕괴론과 김종인 대표의 북한 궤멸론을 싸잡아 비판했지만 제 3당 존재감 부각을 위한 안간힘 그 이상으로는 비치지 않았다.
많은 국민들은 지금 급변하고 있는 안보상황과 남북관계 파탄에 대해 정부가 옳게 대응하고 있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그런 국민을 대신해 조목조목 따져 묻고 합당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의 판단과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게 바로 야당의 몫이다. 그런데 두 야당 내부가 혼돈에 빠져 있으니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두 야당은 치열한 논의를 거쳐 안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안보 정체성을 재정립해 하루빨리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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