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등록 : 2017.06.15 15:28
수정 : 2017.06.15 15:29

중국은 인권운동과 성소수자들의 ‘사각지대’

[사소한소다]<39> 중국의 여성주의ㆍ성소수자 운동의 지금은

등록 : 2017.06.15 15:28
수정 : 2017.06.15 15:29

중국의 여성활동가들이 가정폭력 문제를 알리기 위해 붉은 물감이 뿌려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페미니즘인차이나닷컴

매년 3월8일 ‘국제여성의 날’과 ‘프라이드 주간’으로 알려진 6월 마지막째 주에는 성소수자들과 여성의 목소리가 전세계적으로 울려 퍼진다.특히 최근 들어선 성소수자들의 권리 주장 운동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흐름에선 예외다. 자유롭지 못한 SNS 환경 탓이다. 외부에서 현지 인권운동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속사정은 어떨까?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열린 ‘베이징 페미니즘 학교와 중국 레즈비언ㆍ페미니즘 운동의 현재’ 강연에서 중국 여성주의와 성소수자 운동의 실상이 소개됐다.

이날 강연의 주인공인 시 토우 감독은 지난 2000년 중국 TV방송 프로그램에서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한 첫 번째 레즈비언 활동가로, 같은 해 중국의 첫 레즈비언 영화인 ‘물고기와 코끼리’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달 초 열린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소개된 중국 레즈비언 운동 역사 다큐멘터리 ‘우리가 여기에 있다(We are here)’도 그가 감독한 작품이다.

레즈비언 영화 감독인 중국의 시 토우(가운데 보라색 상의)씨가 지난 13일 서울 지구지역네트워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중국 정부 검열 때문에 여성주의 강연 자료집 남기기조차 힘들어”

시 토우 감독은 “중국 내에서 여성ㆍ성소수자 활동가들의 삶은 굉장히 힘들다”라며 “중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쇼핑하는 모습 등을 보면 한국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인권, 생존권 면에서 정말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소수자 인권운동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중국 당국의 강력한 제재에 부딪친다는 점이다. 시 토우 감독은 “정부 검열 때문에 페미니즘 서적은 중국 내에서 출판이 어렵고 여성주의 강연을 해도 자료집조차 남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인권운동 탄압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난 2015년 3월8일 ‘국제여성의 날’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관련 행사를 준비 중이던 여성활동가 9명이 체포된 사건이었다. 이들은 주로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 향상을 위해 활동해왔다. 여성의 날을 맞아 이들이 계획한 행사는 베이징 지하철에서 ‘경찰들은 성폭력 범죄자를 체포하라’는 내용의 성폭력 근절 메시지를 담은 스티커 배포였다.

하지만 당시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중국 당국에선 이들에게 ‘공공질서 소란죄’ 혐의를 적용, 체포했다. 이들과 연계된 여성 센터 사무실도 수색 당했다. 중국의 인권 활동가들은 “활동가들에 대한 구금과 사무실 수색은 비영리기구(NGO)의 활동 범위를 좁히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2015년 ‘여성의 날’을 앞두고 구금된 5명의 여성활동가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운동은 당시 인터넷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free the five 캠페인

이 사건은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풀려나지 못한 5명의 여성활동가를 양심수로 규정, 석방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37일이 지나서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이후에도 경찰의 감시를 받았다.

여성활동가 구금사건은 중국 내 인권, 사회운동에서도 페미니스트들의 활동이 크게 주목 받는 계기가 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의 첫 반가정폭력법이 중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구금됐던 활동가인 리 팅팅은 지난 3월 영국 가디언에 게재한 칼럼에서 “최근까지 중국에서는 27세 이상의 미혼 여성을 ‘남은 여자들(leftover women)’이라고 부르며 결혼을 장려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며 “이는 페미니즘 운동의 영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탄압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월,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서 여성 단체 ‘페미니스트 보이스’의 계정이 30일동안 활동 정지를 당했다. ‘국제여성의 날’을 맞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여성 없는 하루’ 행사의 일환인 일일 파업 기사 링크를 웨이보 계정에 게시하면서 중국 국내법을 위반했다는 게 이유였다. 중국은 인터넷정보국에서 온라인 콘텐츠 관리에 관여할 권한이 있는데다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3월5일부터 열리는 만큼 당국이 ‘파업’이란 내용에 특히 예민하게 반응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30일 계정 사용중지 결정 통보를 받은 중국의 여성단체 '페미니스트 보이스'의 웨이보 계정. 웨이보

미혼 여성의 출산은 벌금형… ‘재생산권’ 이슈도

하지만 중국 내에선 여성차별적 법안과 싸우기 위한 운동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흔히 중국의 두 자녀 정책 때문에 여성에게 낙태권이 보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반면 미혼 여성이 출산을 할 경우 무거운 벌금형도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일부 NGO에선 미혼 여성의 재생산권리를 보장해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고용과 관련된 성차별도 존재한다.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20kg 이상의 짐을 운반해야 하는 일이 포함된 일자리에는 여성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대해 활동가들이 소송을 걸고 승소해 구직사이트의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일도 있었다.

이와 관련 중국내 활동가들은 농촌 학교 등에서 페미니즘, 동성애 이슈에 대해 교육을 하고 광장에서 레즈비언을 가시화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성차별적 고용에 반대하는 도보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시 토우 감독은 “광범위하게 넓은 중국 대륙에서 이들이 펼치는 활동은 그 지역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것”이라며 “이를 자극의 계기로 삼아 각 지역에서 페미니즘, 성소수자 운동이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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