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에서 26일까지 열려
영풍문고 등서 협력전시 행사도
“우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된 상이네요. 5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니 대단한데요.”
서울광장 앞 구 서울시청을 개조한 서울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출판문화상 특별전시에서 만난 청년의 말이다. 부산에서 일하는데 서울에 온 길에 서울도서관에 들렀다가 이 전시를 봤다는 그는 “전시가 참 예쁘다”며 핸드폰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한국일보사가 1960년 제정해서 운영해온 한국출판문화상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출판상이자 현재 유일한 출판상이다. 매년 10월 중순에서 11월 초 출판사들이 가장 자신있는 책으로 응모하고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작을 발표한다. 지난해로 55회를 기록하기까지 한국일보 지면으로만 발표하다가 올해 처음 전시를 열어 55회 수상작과 후보작 총 54종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일보사가 하나대투증권의 후원, 서울도서관 공동주관으로 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7일 개막 이후 매일 100명 이상 꾸준히 관객이 찾고 있다. 서가에 진열한 책 외에 따로 열람용 도서를 갖춰 전시장 중앙에 설치한 하얀 단에 펼쳐 놓았다. 손으로 넘겨가며 한두 시간씩 읽고 가는 관객이 많다. 어린이들은 드러누워서 뒹굴뎅굴 책을 본다.
서울도서관에서 가까운 충정로에 산다는 박성아(45)씨는 “서울도서관에 자주 오지만 늘 딱딱한 열람실에서 책을 봤지 이 전시처럼 편안하고 자유롭게 책을 읽기는 처음”이라며 좋아했다. 박씨와 함께 온 초등학교 2학년 딸 다인이는 엄마와 나란히 다리를 쭉 뻗고 앉아 2시간 이상 책을 읽고 갔다.
개막 첫날 찾아온 김호훈(82ㆍ서울 상계동)옹은 무려 다섯 시간 동안 독서에 몰두했다. 노년에 여가 선용과 치매 예방에 독서만큼 좋은 게 없어 도서관을 애용한다는 김옹은 관람 소감을 묻자 “매우 뜻 깊은 전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책 선택의 좋은 가이드가 된 기분”이라고 노트에 친필로 써줬다.
한국출판문화상이 선정한 최고의 책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는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세련돼 더욱 반응이 좋다. 서울 강남구 주민으로 책을 많이 읽어 지난해 구청에서 표창을 받았다는 주부는 “전시가 너무 멋있고 고급스러워 깜짝 놀랐다”며 “책 전시를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예쁜 전시는 처음”이라고 칭찬했다.
1960년부터 2015년까지 역대 수상작을 총정리한 정육면체 큐브도 인기다. 각 면에 연도별로 정리한 수상작이 총 605종, 한국 현대출판의 주요 책을 거의 망라한 귀중한 목록이다. 큐브를 돌려보며 어느 해 무슨 책이 상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걸터앉아 책을 봐도 된다. 31회(1990년) 수상작 큐브에서 이경모 사진집 ‘격동기의 현장’(눈빛 발행)을 발견한 한 관객은 “우리 선생님 책”이라고 반가워하며 조언을 해줬다. “한국출판문화상이 60회가 되면 역대 수상작을 전부 모아 전시해보세요. 역사가 한눈에 보이겠네요. 굉장하겠죠?”
서울도서관 전시는 26일까지 한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9시, 주말은 오후 6시까지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전국의 도서관과 서점이 주관해서 펼치는 협력전시는 12일 대형서점인 영풍문고의 전국 8개 매장과 서울중랑구립정보도서관에서 시작됐다. 지역 대표 도서관인 수원 선경도서관과 인천 미추홀도서관, 부산시민도서관과 울산중부도서관을 비롯해 최소 10개 이상의 도서관이 참여해 9월까지 크고 작은 전시를 통해 한국출판문화상 책들을 알린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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