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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수준 차병원 계열사가 1500억 복지부 펀드 맡아 특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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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수준 차병원 계열사가 1500억 복지부 펀드 맡아 특혜 의혹

입력
2016.1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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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자로 의료산업 지원

비슷한 펀드 있는데 또 만들어

차병원 위해 펀드 조성 가능성

차병원그룹 계열사가 1,500억원 규모의 정부 출자 의료산업지원펀드 운용을 맡은 건 특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목적의 국책 펀드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복 성격의 대형 펀드를 또 만든데다, 계열사 우회 지원, 경쟁자 내부 정보 유출 등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차병원그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의 친분을 등에 업고 박근혜 정부에서 혜택을 누려왔다는 의심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제약ㆍ의료기기ㆍ화장품ㆍ임상시험수탁기관(CRO) 기업, 해외 진출 의료기관에 투자하는 ‘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올해 1월 출범시켰다. 복지부 예산 300억원과 10개 민간기관 출자 1,200억원 등 1,500억원 규모로, 복지부가 조성한 펀드 4개 중 가장 운용금액이 크다.

복지부는 앞서 펀드 운용사로 KB금융지주 계열의 KB인베스트먼트와 차병원그룹 계열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이하 솔리더스) 등 2곳을 선정했다. 솔리더스는 그룹 지주회사 격인 차바이오텍이 지배하는 벤처투자회사로, 2011년 설립된 자본금 80억원의 소규모 회사다.

공교롭게도 해당 펀드는 복지부가 지난해 4월 국내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 명목으로 ‘한국의료글로벌펀드’(500억원 규모)를 조성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만들어졌다. 한국의료글로벌펀드는 현재까지 투자 실적이 전무하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정책 목표가 겹치는 펀드를 또 만든 것이다. 실제 차병원그룹과 관련된 펀드의 투자 실적은 2건(200억원)에 불과하다.

솔리더스가 해당 펀드의 운용을 맡은 점도 따져볼 대목이다. 솔리더스의 이전 펀드 운용 실적은 최대 300억원 규모의 펀드 4개(총 운용액 770억원)를 굴린 게 전부다. 총 1조2,950억원 규모의 펀드 13개를 운용 중이던 KB인베스트먼트를 비롯, 복지부가 그간 펀드 운용을 맡겨온 투자회사들과 비교하면 구멍가게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복지부가 애초 차병원그룹을 염두에 두고 펀드를 조성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윤소하 의원은 “지난해 7월 복지부가 이례적으로 펀드 운용사 선정 기준을 제시하면서 ‘해외 투자기관과 협력 네트워크’ 등을 들었다”며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미국 진출에 성공한 차병원그룹을 우대하려는 포석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면 펀드 규모에 비례하는 관리보수를 받고, 기준수익률을 넘는 투자 실적을 거둘 경우 성과보수도 받게 된다. 이번 펀드의 경우 투자기간(8년) 중 투자액의 1.5% 이하 및 미투자잔액의 1.3% 이하를 합한 관리보수, 초과이익의 20% 이내의 성과보수가 책정돼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수십억원의 보수가 운용사에 돌아가는 셈이다.

투자 과정에서 솔리더스가 차바이오텍 등 차병원그룹이 거느리고 있는 의료 관련 계열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혹도 더했다. 현행법상 솔리더스가 그룹 계열사에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는 없지만, 계열사와 합작한 기업에 투자하는 등 우회 지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펀드가 투자하는 다른 회사의 민감한 내부 정보가 차병원그룹 측에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의원은 “줄기세포 연구 재개,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 등 현 정부 들어 추진된 의료민영화 정책은 공교롭게도 차병원그룹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펀드는 의료기관 해외 진출뿐 아니라 보건의료 산업 전반에 종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펀드와 다르다”며 중복 조성 의혹을 부인했다. 또 “펀드와 기업이 투자계약을 맺을 땐 비밀유지 의무조항이 들어가는 등, 운용사가 자사에 유리하게 투자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장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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