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홀딩스 주총 법적 절차대로" 경영권 분쟁서 자신감 내비쳐
귀국하자마자 아버지 찾고 현장경영, 이미지 개선위해 '차별화한 행보'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의 귀국과 함께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주총 표 대결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신 회장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잇따른 폭로전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3일 입국한 신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쳐 앞으로 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무엇보다 신 회장은 자신을 해임한 신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선을 그으며 법적 절차대로 진행될 경우 유리할 것이란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으로 보이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사회에서 법적 절차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신 전 부회장이 주주총회에서 이사 교체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신 회장 입장에서 주주총회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총을 수순대로 열 것이라고 강조해 신 전 부회장과의 일전을 피할 의도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신 회장은 우호 지분을 얼마나 확보했는 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우호지분 규모를 굳이 주주총회에 앞서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특히 신 회장은 일본에서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씨와 만났고 지지를 얻었냐는 질문에 “전화 통화를 했지만 내용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도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표 대결과 관련해 이미 모친과 모종의 합의를 이끌어 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신 총괄회장의 두 번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씨는 롯데홀딩스 지배사인 일본 포장재 전문기업 광윤사의 지분 상당량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조만간 열릴 예정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이 입국하자 마자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찾아간 것도 계산된 행보란 분석이다. 신 총괄회장의 분노가 여전한 가운데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자식된 도리를 다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해 기본적인 예의도 무시하고 아버지를 해임하는 등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매정한 아들로 비춰진 지금까지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시각이다.
또 이날 귀국하자마자 신 총괄회장의 숙원 사업인 서울 잠실의 제2 롯데월드인 롯데월드타워를 방문해 101층까지 올라가 공사 현장을 둘러본 것도 경영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자칫 소홀할 수도 있는 현장에 먼저 달려가 당면 과제부터 챙기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가족간의 비화를 폭로하며 흑색선전에 치중한 신 전 부회장과 행보를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에서 “이 곳은 총괄회장의 창업 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갖고 짓는 곳이라는 점을 한시도 잊으면 안 된다”며 “흔들림 없이 업무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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