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덜트(Kidult)’ 콘텐츠가 경기장을 파고들었다.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 FC안양은 올시즌 선수와 감독을 형상화 한 페이퍼 토이(paper toy) ‘마이 리틀 플레이어’ 20종을 내놓는다.
페이퍼 토이란 말 그대로 자르고 이어 붙여 완성하는 종이 인형이다. 과거엔 가위로 직접 오리고 풀로 붙여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프레싱 공법으로 제작된 도안을 뜯어 간편히 조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국내 프로구단 중에선 지난 2013년 프로야구 NC다이노스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당시 구단 마스코트인 ‘단디’를 시작으로 김경문 감독과 선수단의 페이퍼 토이를 제작해 호응을 얻었다.
안양의 이번 시도는 ‘컬렉션’을 통해 경기장 재방문 빈도를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데 의미가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버블헤드데이(선수를 닮은 버블헤드 인형을 나눠주는 행사)’를 연상케도 한다. 안양 관계자는 “매 홈경기마다 1명의 선수 아이템을 선택해 선착순 150명의 관중에게 선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중들이 경기장에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함과 동시에 ‘모으는 재미’를 더해 팬들의 꾸준한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전략이다.
4월 2일 열리는 경남FC와의 홈 개막전에서는 선수가 아닌 이영민 감독의 캐릭터 종이 인형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구매도 가능하다. 구단 측은 수집 가치 등을 고려해 5종의 인형을 무작위로 묶어 판매할 예정이다.
자신의 얼굴이 새겨진 종이 인형이 공개되자 선수 본인들의 반응부터 뜨겁다. 15개월 된 딸을 둔 유종현은 “딸이 너무 좋아할 것 같다”며 “직접 구매해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말했다. 안성빈 역시 “(인형 속 자기 얼굴 중) 코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선수로서 자부심이 생기는 아이템”이라고 밝혔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어릴 적 즐기던 장난감, 만화 등에 향수를 느끼는 성인층을 일컫는 말로 최근에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과거 키덜트는 ‘철없는 어른’ 쯤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유통업계에선 이미 우량 고객층으로 자리잡았다. 경제인구인 20~40대 키덜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패턴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장난감 사은품을 내걸 때마다 아이가 아닌 어른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패스트푸드점의 프로모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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