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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과 원칙’ 따른다면 박 전 대통령 구속도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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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과 원칙’ 따른다면 박 전 대통령 구속도 불가피하다

입력
2017.03.2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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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전 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검찰은 이날 “여러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탄핵으로 면직되긴 했어도 얼마 전까지 대통령이었고 아직도 일부 정당과 여론의 지지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까지 해서 조사해야 하겠느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형사소송법에서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범죄의 중대성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피의자 조사는 불구속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검찰이 밝힌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구속 수사할 이유가 뚜렷하다.

우선 범죄의 중대성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774억원에 이르는 대기업의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에 깊숙이 관여했고,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기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유출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1차 검찰 수사와 특검 조사에서 드러난 혐의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삼성으로부터 뇌물 수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운용 지시, 문체부 공무원 사직 압박 및 사기업 인사 청탁 등 알려진 혐의만 13건에 이른다. 검찰 수사와 달리 ‘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이런 혐의 일부가 인정되기도 했다.

주거불명이거나 도주의 우려는 없다 하더라도 증거를 인멸할 우려는 아직 상당하다. 검찰은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1차 검찰 조사와 특검 수사에 불응했고, 헌재의 출석 요구에도 따르지 않았다. 그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밝혀진다”며 탄핵에 승복하지 않는 이상 제기된 혐의를 벗기 위해 증거를 인멸하거나 주요 관련자들과 입 맞추기를 할 가능성을 의심하기에는 충분하다.

또 검찰이 지적한 대로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 혐의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는 점이다. 최씨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20명이 무더기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모든 사건의 핵심 고리이자 정점인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 수사를 받는다면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 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주요 정당의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고 후보자 등록을 거쳐 4월 17일이면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대선을 한 달 남짓 남겨둔 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사법처리를 신속하게 진행해 마땅하다.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진행할 법원 역시 이런 상황을 감안, 무엇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판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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