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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훈 감독 “민주화운동의 처참한 상황 속 광주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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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훈 감독 “민주화운동의 처참한 상황 속 광주는 따뜻했다”

입력
2017.07.2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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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장훈 감독이 ‘택시운전사’(8월 2일 개봉)와 인연을 맺은 건 2년 전이다. 2015년 10월 제작사로부터 초고를 받은 장 감독은 신작 연출에 대한 반가움보다 부담이 더 컸다. 전작 ‘고지전’(2011년)으로 한국전쟁의 비극적 역사를 담아낸 장 감독에게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 소재를 다룬 ‘택시운전사’는 선뜻 메가폰을 잡기 힘든 작품이었다.

하지만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캐릭터의 힘을 느꼈고, 기존의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와 다른 연출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사건보다는 인물에 중심을 맞춘 영화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로부터 2년 뒤 ‘택시운전사’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작품으로 탄생됐다.

‘택시운전사’는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렸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그리고 동행했던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장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는 아무래도 다르기 때문에 연출을 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역사의 기록에 충실한 다큐멘터리와 달리 영화는 극적인 구성이 필요하다. 연출을 하면서 적정한 선을 지키는 게 가장 어려웠다. 실제로 김사복, 즉 김만섭(송강호)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었다. 고민 끝에 보통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로 했다. 관객의 시선을 이끌어 갈 캐릭터가 김만섭이다.”

장 감독은 시나리오를 본 순간부터 김만섭 역할에 송강호를 떠올렸다. ‘외부인’으로서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배우는 송강호 뿐이라고 생각했다.

“송 선배(송강호) 말고는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김만섭 역을 진심으로 연기할 배우는 없다고 판단했다.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전혀 몰랐던 평범한 소시민이 특별한 변화를 겪는 과정을 정말 잘 표현해줬다. ‘의형제’에 이어 또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정말 영광이다.”

김만섭과 달리 영화 속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의 서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힌츠페터 기자는 실존 인물인데 실제의 모습과 너무 다르게 그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다. 특별한 사연을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그 당시 왜 한국에 갔냐’고 물으니 ‘기자가 할 일’이라고 대답했다. 그 어떤 얘기보다 큰 감동으로 느껴졌고 영화 속 캐릭터를 만드는 데 큰 기준이 됐다.”

영화는 참담한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담아낸다.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 속 희생을 무릅쓰고 타인을 배려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실제로도 당시 광주의 모습이 그랬다. 18일부터 28일까지 약 열흘 간 있는 그대로의 광주를 담아냈다. 사람들끼리 음식도 나눠 먹고, 주유소에서 기름도 공짜로 넣어줬다. 실제 자료 속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당시 상황과 달리 ‘그 분’들의 이미지는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물론 당시 현실과 다른 장면도 있다. 광주 택시운전사 황태술(유해진)과 동료 택시기사들이 김만섭과 위르겐 힌츠페터의 탈출을 극적으로 돕는 신이다. 장 감독은 “실제 민주화운동 기간에 광주 택시기사님들의 도움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상자들을 옮기고 시위에 참여하는 등 택시기사님들이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 와중에 많이 희생하시기도 했고…. 그걸 대변하는 표현으로 설정한 장면이다. 숭고한 희생의 마음을 관객도 느끼길 바랐다.”

‘택시운전사’는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한 전 정권 아래에서 제작된 영화다. 예민한 소재 탓에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정권이 교체된 후 거리낌 없이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아무래도 영화 홍보를 하면서 부담이 덜한 것 같다. 사회적으로도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 것 같아 마음이 가볍다. 관객 분들 역시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택시운전사’가 정치영화라기 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기자 jwon04@sporbiz.co.kr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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