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제가 아버지의 한(恨)을 풀었습니다.”
14일 새벽1시 경기 군포갑 더불어민주당 선거사무소에서 김정우(48)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TV 선거 방송이 나오자 아버지 김철배(80) 전 더민주 강원도당 고문에게 큰 절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에서 야당 후보로 무려 다섯 차례나 의원직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던 김 전 고문은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준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고맙다”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 김 전 고문은 12대 총선부터 15대까지, 중간 보궐 선거를 포함해 모두 5차례에 걸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낙선이었다. 이 때문에 김 당선자는 평소 “아버지의 도전과 실패를 보면서 아버지가 미웠고, 정치가 싫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소신을 갖고 외길을 걸은 김 전 고문은 ‘강원지역 민주당 역사의 산 증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이러한 김 전 고문의 아들을 눈여겨 보고 공을 들였다. 결국 김 전 고문의 아들은 지난 1월 ‘인재영입 8호’로서 입당하며 정계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당의 권유로 경기 군포 지역에 전략공천됐다. 김 당선자는 38.5%의 득표율로 심규철 새누리당 후보를 불과 700여표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김 당선자는 1996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년 가까이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며 재정 정책을 다룬 ‘재정통’이다. 2011년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정책학 박사를 받았고 지난해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돼 강단에도 섰다. 김 당선자는 “정치 입문을 반대했지만 결국 사주에도 없는 선거운동을 하며 도와 준 아내도 당선의 1등 공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 지출이 국회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 ‘재정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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