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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둥지 틀자, 새 명소로 떴어요

입력
2016.08.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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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로시장 ‘영프라쟈’

1년 전만해도 우범지대로 전락

구청 지원받은 청년들 입주하며

주말 프리마켓 등 시민들에 인기

2. 연남동의 ‘동진시장’

방치돼 창고처럼 보였던 공간

수공예 생산자들 주말마다 좌판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

재래시장이 달라졌다. 낡은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활력이 넘치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특색 있는 아이디어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재래시장의 살맛 나는 현장을 전한다.

서울 구로시장에 조성된 '영프라쟈'의 입구.
서울 구로시장에 조성된 '영프라쟈'의 입구.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을 나와 구로시장 안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맨 구석에 ‘영프라쟈’라는 간판이 나온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들어서자 재래시장에서 보기 힘든 소품가게와 공방, 선술집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마다 페인트로 그린 알록달록한 그림과 손 글씨로 적은 간판에서는 젊은 감각과 유머가 넘쳤다. 벽면에는 파이프에 색을 칠해 상점의 특성을 살린 가게 간판을 매달아 놓고, 가게 입구에는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갈 때 이용할 수 있도록 보호장구와 씽씽이를 비치해 뒀다. 2일 이곳을 찾은 구로구 주민 김민(28)씨는 “기존 시장처럼 뻔하지 않고 이색적인 분위기의 가게들이 많아서 좋다”며 “친구들뿐 아니라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요즘 뜨는 시장에는 청년들이 있다. 취업이 아닌 창업에 뜻을 둔 청년들이 재래시장에 둥지를 틀면서 재래시장이 새로운 명소로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 대표적인 청년시장인 구로구 구로동의 ‘영프라쟈’, 마포구 연남동의 ‘동진시장’에는 일부러 찾아온 20~30대부터, 시장을 찾았다 우연히 방문한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발길이 종일 이어진다.

구로시장은 불과 1년 전까지 만해도 쇠락해가는 흔한 재래시장 중 하나였다. 1970~80년대 구로공단 전성기에는 젊은 직장인들이 몰리는 시장이었지만 대형마트에 밀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오래된 가게가 그대로 방치되고 화재까지 잇따르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한 시장 구석에 청년들이 자리를 잡은 것은 2015년 1월. 당시에는 4개 상점으로 시작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지금까지 12명이 입점하면서 청년특화공간으로 성장했다. 추억의 과자나 장남감을 파는 ‘추억점빵’, 젊은 디자이너가 초상화를 그려주는 ‘아트플라츠’, 소규모 생산자와 청년농부들이 만든 농산물과 식료품을 파는 ‘쾌슈퍼’, 전국 각지에서 참기름과 들기름을 가져와 파는 ‘청춘주유소’ 등 튀는 이름의 가게들이 들어섰다. 주말에 열리는 프리마켓과 한 달에 한 두 번씩 열리는 콘서트는 특히 반응이 좋다.

청년 상인들은 모두 고교 또는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꿈꾸던 이들이다. 구로구가 나서 3억6,400만원을 투입, 공개모집을 통해 입주 상인을 결정하고 이들에게 가게 보증금과 임차료 일부, 홍보 등을 지원했다. 구로시장 청년사업단 관계자는 “경제적 부담을 허덕이는 청년 창업자들에게 영프라쟈는 기회의 공간”이라며 “지원 없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남아서 시장과 오랫동안 상생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가게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국식 패스트푸드점 ‘포티앤샌디’의 이순예 사장은 “옛 시장 분위기에 젊은 감각이 더해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매력”이라며 “피클 하나도 손수 정성을 다해 만들다 보니 일부러 찾아와주시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무장한 연남동의 동진시장도 눈길을 끈다. 오래 전 시장으로 쓰다가 방치돼 얼핏 창고처럼 보였던 공간이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한 것은 청년들의 유입 덕분이다. 수공예 생산자들이 주말마다 좌판을 깔면서 몇 년 만에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명소가 됐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는 장은 매번 다른 상인이 좌판을 열어 다양한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청년시장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구로시장 영프라쟈 홈페이지(guroyoungplaza.org), 동진시장 페이스북(facebook.com/makedongjin)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는 서울 연남동의 동진시장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는 서울 연남동의 동진시장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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