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관피아법 강화 전에 막차 타느냐, 남느냐

알림

관피아법 강화 전에 막차 타느냐, 남느냐

입력
2015.02.16 04:40
0 0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 3년으로… 업무 관련 판단 기준도 대폭 확대

검찰·한은 등 고위직 사표 늘어 문턱 높아지기 전 민간행 준비

한층 강화된 이른바 ‘관피아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시행일이 다음달 말로 다가오면서 공무원 사회의 막판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무원들은 퇴직 공직자의 재취업 제한이 더 엄격해지기 전에 민간행 막차를 타는 것이 나은지, 재취업을 포기하고 ‘가늘고 길게’ 정년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나은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끝까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공직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관들이 아예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나서거나 외부 인재들이 공직을 꺼리는 후폭풍도 나타나고 있다.

1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보다 엄격히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다음달 31일부터 발효된다. 작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취업 제한 기간을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2급 이상 고위직의 취업 심사 시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을 ‘소속부서 업무’에서 ‘소속기관 전체 업무’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가령 지금은 금융위원회의 은행 담당 간부가 퇴직 후 증권ㆍ보험사에 취업할 수 있지만, 4월부터는 전체 금융사에 갈 수 없게 되는 식이다.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검찰 고위직들이다. 퇴직자들의 단골 취업처였던 대형 로펌 행 제한이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기존 장ㆍ차관급에서 재산공개 대상자 전체까지 넓어지면서 검찰에서는 올 초 사표를 제출한 7명의 검사장 대부분이 로펌 행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공기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한국은행 고위직 L씨는 관피아법 강화 전인 내달 초 유관기관 임원으로 옮기기 위해 최근 사표를 제출했다. 지금은 해당기관이 L씨의 ‘소속부서 업무’와 무관하지만, 개정안 발효 이후엔 ‘한국은행 전체 업무’와 유관한 기관으로 분류돼 취업이 제한되는 탓이다. L씨의 자리 마련을 위해 현 임원은 임기 만료 전 조기퇴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사표를 고민하는 고위직들이 부처마다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인사적체로 장기간 보직을 받지 못한 국장급 간부 2, 3명이 조만간 사표 제출 후 전직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게 높아진 재취업 허들에 예전엔 볼 수 없던 씁쓸한 풍경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경제 부처 퇴직 간부들은 최근 금융당국에 대한 금융사들의 ‘대관 업무’ 수요에 맞춰, 취업 대신 자체적인 컨설팅 사무소를 창업했다.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 낙하산에 대한 비난여론으로 다른 권역보다 훨씬 재취업이 어렵게 되자 아예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셈이다.

최근 들어 정부부처에 증가하고 있는 개방형 공모직 간부 자리에는 민간 전문가들이 “퇴직 후 갈 곳이 없어진다”며 지원을 꺼리면서 구인난이 점점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작년만 해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 직이 장기간 후임을 구하지 못했다. 정부의 규제개혁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 직 역시 6개월 간 3차례 공모를 거듭한 끝에 겨우 주인을 찾았다. 여전히 전직 관료 수요가 있는 대형 법무법인(로펌)들의 경우 편법 채용 및 관리가 더 늘어날 거란 얘기들도 나온다.

공직사회의 일대 혼란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경제부처 출신의 한 전직 고위인사는 “사회 전반의 개혁 요구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제약이 부를 정피아(정치인 출신) 증가,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