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준표(61) 경남지사에 대한 재판이 한 달에 한번 꼴로 열려 ‘현직 봐주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7월 2일 함께 기소된 이완구(65) 전 총리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기소된 지 석 달이 지나도록 본안 재판에 들어가지 않았다. 재판 준비기일 만 7월 23일, 8월 26일 진행했고, 10월 6일 세번째 준비기일이 잡혀 있다. 준비기일에는 재판을 위한 증거채택 여부만 다툰다.
검찰은 첫 준비기일부터 “홍 지사 측이 수사과정에서 (자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 등의 진술을 회유한 정황이 있다”며 “참고인 오염이나 정치 등 기타 외부요인을 막기 위해 재판을 최대한 신속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윤 전 부사장은 투병 중이어서 가능한 한 빨리 법정진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판진행 속도라면 선고가 내년 법관 정기인사(2월쯤) 이후로 연기돼 재판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장준현)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이 전 총리 사건의 재판 준비기일을 9월 1일과 8일 모두 마치고, 2일 첫 공판을 진행했다. 오는 27일에는 오전 10시와 오후2시 두 차례 공판기일을 잡아 주요 증인 신문 등 집중심리를 펼치기로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전직(이완구)보다 현직(홍준표) 정치인에 더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담당 재판부(형사합의 23부)가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건 등 피고인이 구속되고 쟁점이 복잡한 데다, 사건 접수 시일이 상대적으로 이른 사건을 우선 처리해야 할 사정이 있다”며 “5일 황 전 총장 선고가 이뤄진 만큼 앞으로 홍 지사 재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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