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겸 작가 유병재(30)씨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을 관람한 관객들 중 일부가 “공연이 불쾌했다”며 항의성 댓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기고 있다.
유씨는 지난 27~2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코미디쇼를 진행했다. 유씨의 공연은 공연자가 홀로 무대에 서서 마이크 하나만 들고 말로 관객을 웃기는 코미디쇼다. 해외에서는 대중적인 공연 형식으로, 국내에서는 방송인 자니 윤, 개그맨 김형곤 등이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런데 관객들은 지난 29일 공연에서 유씨가 했던 발언들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씨가 공연 내내 여성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을 했다는 게 이유다. 관객들이 올린 공연 후기에 따르면 유씨는 “백인 남성이 불쌍해 보이려면 남동생은 일베를 하고, 여동생은 메갈을 하고, 아빠는 소라넷을 해야 한다”, “페미니즘 배우고 싶은데 배우려고 하면 한쪽에서 뭐라고 한다”, “유병재 한남충 가만 안 두려고 공연 보러 오신 분들 오늘만 어떻게 봐주시면 안 될까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일베는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의 줄임말로 해당 커뮤니티 이용자가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에게 이유 없이 염산 테러 협박을 하는 등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켰다. 함께 언급된 소라넷은 불법으로 촬영한 일반인들의 영상이 공유되는 음란 사이트다. 관객들은 여성들이 활동하는 페미니즘 사이트인 ‘메갈리아’(메갈)를 이 사이트들과 비슷한 부류로 언급한 것에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여성들이 남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한남충’이라는 단어를 쓰며 공연을 이끌어 가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터파크 등 공연 예매 사이트 관람 후기에는 최하점인 평점 1점과 함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한 관객은 “유병재씨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했던 말들이 여자였던 저에게는 상처가 됐다”며 “공연 내내 여자이기 때문에 조롱 받는 느낌이었다”고 적었다. 관객들은 “유씨가 페미니즘을 개그 소개로 활용해 장시간 조롱거리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관객들은 최근 폭력성 때문에 논란이 됐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호평했다가 사과문을 썼던 유씨가 정작 공연에서는 사과문과 다른 말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유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팬카페에 “드라마를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느냐”며 ‘나의 아저씨’를 높이 평가하는 글을 올렸는데,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나의 아저씨’의 두 주인공의 나이 차이와 폭력적인 장면 때문에 비난 글이 쇄도하던 상황이었다. 비난의 화살이 유씨에게도 쏟아지면서 결국 유씨는 11일 “죄송하다”며 사과했었다.
‘B의 농담’ 관객들에 따르면 유씨는 이 사과문을 두고 “제가 쓰게 될 첫 번째 사과문이 드라마 리뷰일 줄 몰랐다”며 “재밌게 봤다고 해서 죄송하고 리뷰를 써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항의성 후기를 남긴 관객들은 “유씨가 계속해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누가 들어도 조롱하는 말투로 들렸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유씨 인스타그램에 “페미니즘이 당신의 개그 소재라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순지 기자 seria112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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