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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의 반려배려] 온 국민이 걱정하는 청와대 진돗개 가족

입력
2017.03.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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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희망이와 새롬이가 낳은 새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페이스북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5년 희망이와 새롬이가 낳은 새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페이스북

우리나라 반려견 가운데 지금 가장 주목 받는 개를 꼽으라면 청와대에 남겨진 진돗개 가족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이후 청와대에서 서울 삼성동 사저로 거처를 옮기면서 자신이 키우던 진돗개 아홉 마리를 데려가지 않은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진돗개 가족의 운명에 대한 관심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한 동물단체는 “사실상 유기나 다름 없다”며 진돗개 가족을 입양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고, 부산의 또 다른 동물단체는 박 전 대통령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상황이 확산되자 청와대 대변인실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진돗개 혈통을 보존할 수 있도록 분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진돗개 가족의 앞날에 대한 브리핑까지 했다.

하지만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보다 못한 사람’의 뜻을 언급하며 크게 비난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이 진돗개를 데려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온라인에선 “집에 TV 설치할 생각은 했으면서”, “국민을 포기했는데 반려견들이 눈에나 들어오겠냐”, “책임지는 게 하나도 없다” 는 등 개들을 챙기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박 전 대통령이 ‘퍼스트 도그(first dog·대통령의 반려견)’를 둔 첫 대통령은 아니다. 물론 이전 대통령들은 탄핵을 당하지도 않았고, 키우던 개들을 서울대공원에 보낸 적은 있지만 청와대에 남겨두지는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진돗개 가족 유기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거센 이유는 뭘까.

먼저 반려인 1,000만 시대에 접어든 만큼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마당에만 묶어 키우는 개가 아니라 어엿한 가족으로 여겨지는 시대에 키우던 반려동물을 포기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10년 전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 (정보 전달 속도가 빠른 온라인 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진돗개 가족 유기에 대한 비판 수준은 지금보다 낮았을지 모른다.

물론 진돗개 가족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사례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역시 ‘상황이 어려운데 개는 무슨’이 아니라 적어도 반려동물은 같이 살던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전제된 것으로 보면 그만큼 반려동물의 위상이 높아진 건 맞는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 결정에 대해 크게 당혹해 했고, 탄핵 이후 사저 경호와 시설 보수를 준비했다고 하니 ‘새롬이’와 ‘희망이’ 가족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을 수 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마음으로 개들과 헤어졌는지 알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만큼 키우던 동물들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당장 키우지 못한다 해도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은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퍼스트 도그’가 하루 아침에 유기견이 되는 나라에서 동물복지가 실현될 수 있을까. 우선은 희망이와 새롬이가 앞으로 평생 함께할 가족을 만나 행복하기를 바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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