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촛불민심 “하야” 함성 외면
靑 참모들도 쏟아지는 의혹 대응만
국정 공백에 무책임한 침묵 일관
여야 자중지란 속 살길 찾기 전략
박근혜 대통령의 본심은 역시나 ‘버티기’였다.
박 대통령은 15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검찰 조사를 피하면서 시간을 최대한 끌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국정이 마비되고 식물 대통령으로 불리는 치욕을 당하더라도 청와대를 나가지 않겠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속뜻인 셈이다. 최근 청와대 안에서는 대통령 자리를 지키고 임기를 채우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가 상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얘기들이 흘러 나왔다. 촛불 100만 개를 밝힌 성난 민심의 “퇴진하라! 하야하라!”는 함성을 박 대통령이 전혀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이다.
최순실(60ㆍ구속)씨의 국정농단 물증인 태블릿PC가 등장한 지난 달 25일 이후, 박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업무를 사실상 중단했다. 박 대통령은 내내 청와대에 칩거했고, 청와대 참모들은 쏟아지는 의혹 대응에만 집중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국정 공백에 무책임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국 안정을 위한 후속 조치를 고심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3주째 똑 같이 내놓고 있는, 빈 껍데기 같은 답변이었다. 박 대통령이 검토하는 ‘모든 가능성’에 하야나 자발적 퇴진은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분위기다.
청와대는 국정 혼란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면서, 여론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정 대변인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박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제안했다가 마음을 바꾼 것을 비판하고, “야당도 정국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야와 대선주자들이 내년 대선의 손익을 따지느라 청와대를 향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자중지란 하는 상황을 이용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전략인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그간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하며, 박 대통령의 ‘선의’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유 변호사는 15일 “대통령이 임기 중에 수사ㆍ재판을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된다”며 말을 바꾸었다. 박 대통령은 끝까지 검찰 조사를 피하며 시간을 끌려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문도 피하는 박 대통령이 잔뜩 독이 오른 검찰의 날카로운 질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필요하면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이것도 시간을 벌기 위한 수사(修辭)일 가능성이 크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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