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은영 기자

등록 : 2018.05.23 04:40
수정 : 2018.05.23 09:44

‘예쁜 누나’ 장소연 “자연스런 연기 위해 카페 점주교육 실제로 받았어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손예진 친구 역 장소연

등록 : 2018.05.23 04:40
수정 : 2018.05.23 09:44

2006년 첫 인연 후 6편에 출연

‘안판석 사단’의 일원이 돼

“안 PD는 현실 연기를 중시

리허설 없이 단번에 찍어

눈물 장면도 대부분 즉흥 연기”

배우 장소연은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 출연하며 안판석 PD와 6편 연속으로 호흡을 맞췄다. 김주성 기자

배우 장소연(38)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드라마 후반에서 아버지(김창완)와 통화를 하고, 만나는 장면이 있을 때는 살이 쭉쭉 빠지더라고요.” 드라마 속 절친인 윤진아(손예진)와 남동생 서준희(정해인)의 연애가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장면을 설명할 때도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얼마 전 종방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예쁜 누나’)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했다.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장소연은 드라마로 못다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12년째 인연의 끈, ‘안판석 사단’

“드라마 하나 하는데 같이 하자.” 안판석 PD의 느닷없는 전화는 장소연에겐 제법 익숙하다. 안 PD가 연출했던 MBC 드라마 ‘하얀거탑’(2007)에 출연한 뒤 5년 만에 연락을 하기도 했으니까.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 그렇게 캐스팅 됐다. 이번에도 장소연은 “너 몇 살이지? 스케줄이 어떻게 되지?”라는, 안 PD의 연이은 질문에 차분히 답했다. 촬영 일정에 맞춰 스케줄을 비워놓겠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통화를 끝내면 안 PD는 시놉시스나 대본만 보내주곤 했다. 그런데 ‘예쁜 누나’의 경우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워낙 “무식하게 캐릭터를 준비”하는 성격이라 시놉시스라도 받아야 했다. 안 PD에게 조심스럽게 연락을 했더니 시놉시스와 대본 앞부분을 받았다. 역할은 남달랐고, 비중은 컸다. 남동생 준희와 친구 진아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선 역으로 주연급이었다. “믿고 맡겨주신 만큼 잘하고 싶었다”는 장소연은 경선의 삶 속으로 들어가려고 “엄청 노력했다”.

장소연은 커피전문점 가맹점주인 경선을 연기하기 위해 ‘예쁜 누나’에 등장하는 커피전문점 본사를 찾아갔다. 실제 점주들이 받는 교육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개점하는 순간부터 폐점할 때까지 전반적인 교육을 받았다. 비품이나 아르바이트 관리, 영수증 체크, 결산 등 꼼꼼하게 공부했다. 영업 중 점등하는 순서까지도 익혔다. 불을 켜고 끄는 게 대수롭지 않지만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와야” 진심 담긴 연기로 보일 수 있어서였다.

장소연의 연기 준비는 언제나 한결같다. 그는 안 PD와 첫 인연을 맺은 영화 ‘국경의 남쪽’(2006)에서 북한 탈북자 역을 맡았을 때도 서울 종로구 북한문화연구원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수많은 북한 영상자료들을 녹음해서 듣기를 반복했다. 영화 포스터에 이름조차 오르지 않는 작은 배역이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했다. “한 번은 안 PD께서 부르더니 ‘어떻게 북한 사투리를 잘 하느냐?’고 물으셨어요. 그래서 준비과정을 말씀 드렸죠. 그때 아마 조금 좋게 보신 듯해요.”

‘하얀거탑’에서 간호사 역이 주어졌을 때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네가 알아서 (준비)하라”는 안 PD의 말에 배우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장소연은 결국 “진짜 간호사를 데려다 놓았느냐?”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그는 안 PD의 눈에 들면서 JTBC ‘아내의 자격’과 ‘밀회’(2014),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 이어 ‘예쁜 누나’까지 여섯 편 연속 캐스팅되며 ‘안판석 사단’의 일원이 됐다. ‘안판석 사단’은 장소연을 비롯해 길해연 장현성 박혁권 서정연 백지원 등 ‘연기파’ 배우들이 포진해있다.

“저희들끼리는 무척 끈끈해요(웃음). 가끔 모여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며 친목을 다지죠. 안 PD께서 엮어준 인연이라 특별하답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친구 사이로 나온 장소연(왼쪽)와 손예진. JTBC 제공

“대본에 없는 눈물 연기 많았죠”

‘안판석 사단’은 안 PD가 원하는 연기 스타일을 안다. 바로 “현실 연기”다. 장소연은 안 PD가 ‘풍문으로 들었소’ 때부터 리허설 없이 단 번에 촬영을 끝내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그와 작업을 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은 “정말 이것만 찍어요?”하는 반응을 보인단다. 안 PD는 드라마 현장에서 한 장면을 여러 번 나눠 찍는 일도 없다. 배우의 상반신이나 전신 컷을 따로 촬영하지 않으니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나온 손예진과의 첫 촬영 장면도 특별했다. 1회 방송에서 술을 마신 두 사람이 길거리에서 “라라라라~ 후회는 저 하늘에 날리고”(그룹 자우림의 노래 ‘하하하쏭’)라며 노래하는 장면이다. 리허설 없이 단 번에 촬영해 전파를 탔다.

“안 PD님 스타일이 리허설을 하지 않으니 배우들이 많이 당황하기도 해요. 찰나의 순간으로 (리얼리티를) 얻으려고 하시는 게 보여서 재미있기도 해요. 하지만 손예진씨는 술 취한 연기를 하는데도 자연스럽게 제게 몸을 맡기더라고요. 처음인데도 호흡이 잘 맞았어요.”

JTBC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회에서 경선(장소연ㆍ왼쪽)과 진아(손예진)가 술에 취해 노래하는 장면. JTBC 제공

경선이 진아와 와인에 취해 춤을 추는 장면, 진아와 준희의 연애를 반대하는 진아의 모친 미연(길해연)과 목소리 높여 다투는 대목, 술집에서 진아, 준희와 얘기하다 우는 모습 등이 모두 단번에 촬영됐다. 대본이 거의 완성된 상태로 드라마 촬영이 시작됐기에 가능했다. 배우들은 촬영 전 두 달 남짓 캐릭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장소연이 ‘예쁜 누나’에서 보인 눈물연기는 “대본에 없는” 게 대부분이었다. 감정이입이 되니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안 PD 스타일에 익숙한 장소연이라 해도 당황스러울 때가 있었다. 준희의 주차된 차를 타려는 데, 문을 간신히 열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비좁았다. 장소연이 “괜찮을까요?”하고 묻는 순간, 안 PD다운 답이 돌아왔다. “구겨 타라. 현실은 원래 그렇다”고.

장소연은 안 PD와 단 둘이 만나 밥을 먹거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그래도 말없이 통하는 부분이 많다.

“안 PD님은 제가 신뢰하고 존경하는 분이세요. 힘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이시고요. 조언을 듣고 싶을 때 전화하면 현명한 답을 주시거든요. 배우로서 진짜 복 받은 거 같아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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