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별도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검은 23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안의 진상을 조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수사 의뢰를 받은 지 5일 만에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다.
당초 우 수석과 이 감찰관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나 형사1부 등 개별 부서가 맡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이들 부서를 지휘하는 차장검사들이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돼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놔도 국민 신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럴 경우 자칫 조직 자체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진경준 전 검사장 ‘주식 대박’사건을 특임검사팀에 넘겨 성공적으로 수사한 것도 영향을 미쳤음직하다. 김 총장이 결국 특별수사팀 카드를 꺼낸 든 것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고육책인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청와대는 우 수석에 대한 수사의뢰를 정권에 대한 음해로 규정하고 이 감찰관의 공무상 기밀 누설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수석 의혹보다 이 감찰관의 행위가 더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사실상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한 지침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야당은 수사 결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되면 특검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적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검찰이 법에 따라 엄정한 수사를 한다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만하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우 수석의 개인 비리 의혹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측근 비리를 척결하겠다며 특별감찰관에게 조사를 맡겼고 그 결과에 따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다. 감찰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직적 방해가 잇따르자 이 감찰관은 언론에 그런 내용을 털어놓았다. 누구라도 사건의 경중을 쉽게 가릴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수사는 검찰 조직의 존립과 직결되는 문제다. 외압에 굴하지 말고 사생결단의 각오로 의혹의 핵심을 파헤쳐야 한다.
청와대와 우 수석은 민정수석 직위를 유지한 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게 합당한지 거듭 돌아봐야 한다. 사정기관을 통할하는 우 수석이 버티는 한 특별수사팀이라도 수사를 매끄럽게 진행하기는 쉽잖다. 자리에서 물러나든가, 최소한 직무정지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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