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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언니 오빠 연계활동, 경험 폭 넓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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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언니 오빠 연계활동, 경험 폭 넓어져”

입력
2017.12.11 18: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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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1곳… 국회서 제동 논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가능해 선호

별도 동선으로 안전 확보가 관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캠퍼스 내 도서관동에 지어진 샘물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산책을 위해 복도로 나오던 중 어린이집 옆 동아리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고교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캠퍼스 내 도서관동에 지어진 샘물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산책을 위해 복도로 나오던 중 어린이집 옆 동아리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고교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만 0~2세의 어린 아이들이 서울 강남구 신구초등학교 한 켠과 연결된 복합시설 내 강남구립 ‘가로수어린이집’으로 줄지어 들어섰다. 이 어린이집은 2014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ㆍ강남구청이 손을 잡고 신구초 용지에 학생ㆍ주민이용시설(체육관, 강당 등)을 만들면서 마련됐다. 건물 1층에 설치된 가로수어린이집은 신구초 학교 용지 내에 있지만, 학생들이나 주민들이 드나들 수 없고 별도의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이 곳에서 만난 학부모 김모(34)씨는 “국공립어린이집은 원복이나 체육복, 현장실습비 등이 민간어린이집보다 값싼 경우가 많아 원래 선호도가 높은데, 학교 내에 있는 어린이집은 구청과 학교 모두의 관리망 안에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훨씬 좋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집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대도시에서 국공립을 늘리려면 빈 교실 활용이 최선”이라고 주장하지만, 교육부는 “초등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안전사고도 우려된다”며 강력 저항하고 있다.

11일 복지부 등에 따르면 학교 유휴 공간에 설치된 어린이집은 전국 21개(초교 21개, 고교 1개)다. 서울에서는 엄밀히 말해 학교 본관의 유휴 ‘교실’ 활용 사례는 아니지만, 학교와 연결된 복합시설이나 부수 건물에 위치한 어린이집 6곳이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학교 유휴 공간을 활용한 이들 어린이집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학교 울타리 안에 있다는 점 때문에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오히려 안전할 것이란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본교 학생들이 어린이집에서 활동하는 연계 프로그램을 적극 장려하며 보육의 질을 높이기도 한다.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ㆍ고교 캠퍼스 내에 지난해 말 문을 연 용산구립 ‘샘물어린이집’이 대표적이다. 김지선 원장은 “같은 누리과정을 따르는데도 어린이집은 보육, 유치원은 교육을 한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같은 캠퍼스의 중ㆍ고교 학생들을 적극 활용해 어린이집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거나 보조교사로 활동하게 하면서 어린이집 아이들의 경험과 교육의 폭이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안전사고다. 서울의 유휴 공간 활용 어린이집 6곳은 학생과 어린이 간 안전 사고 발생 건수도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데, 이는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본관과는 다소 떨어진 별도의 건물에 설치돼 있는 영향이 크다. 하지만 실제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본관 안 교실에 어린이집을 지을 경우 교육부의 주장처럼 안전이 위협받을 소지는 충분히 있다. 신구초 학부모 정모(36)씨는 “학교 내부에 어린이집이 설치되면 어린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이나 급식실을 학생과 함께 사용하게 될 텐데 부딪히거나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걱정”이라고 말했다.

동선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을 전제로 빈 교실을 활용하는 절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교 교장은 “어린이집이 학교 내로 들어서게 되면 운영권과 관리 책임이 이원화돼 혼란이 클 수 있다”며 “빈 교실 활용의 장점이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사고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지금처럼 교육과 보육을 각각 다른 부처가 관리하는 체계에서는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유보통합(유아교육과 보육 통합)’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현회 가로수어린이집 원장은 “유보통합으로 책임ㆍ관리권이 일원화돼야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영유아를 위한 면밀한 정책 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글ㆍ사진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8일 서울 강남구 신구초(왼쪽 끝) 본관 끝에 지어진 복합건물 내 가로수어린이집에 아이와 학부모가 들어서고 있다.
8일 서울 강남구 신구초(왼쪽 끝) 본관 끝에 지어진 복합건물 내 가로수어린이집에 아이와 학부모가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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