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 재계는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했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5일 선고 직후 “대법원 판결의 기본취지가 불법체류 외국인의 근로 3권을 존중한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노동조합 활동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적법한 체류와 취업자격이 전제돼야 하는데 대법원이 이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일영 대법관이 소수의견으로 지적했듯 불법체류 외국인의 고용을 제한하고 강제퇴거 조치를 취해야 할 국가가 노조 활동을 보장해주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불법체류 외국인을 많이 채용하는 중소기업의 걱정은 더 크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세력화한 외국인들이 내국인과 차별대우 금지를 주장하며 사용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내국인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 왜 임금을 적게 주냐며 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승종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노조 결성을 통해 임금인상과 숙식 보장을 요구하고 국내 체류의 합법화까지 주장할 수 있어 외국인 고용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불법체류 외국인의 노조활동은 정치적 이슈로도 번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범법자인데 단순한 권리주장 차원을 넘어 정치권과 연계해 조직적 활동을 하게 되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법원도 노조결성이 허용된다고 해서 자동으로 취업자격이 생기거나 국내체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기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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