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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특권 내려놓기’ 이제 검찰이 해야

입력
2016.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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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여의도 정치권에 ‘특권 내려놓기’라는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갔다. 친인척 보좌관 채용 논란을 촉발시킨 서영교 의원이 고개를 숙였고, 이 여파로 30여명의 보좌진이 불과 일주일 사이 의원회관을 떠났다. 이 중에는 국회의원 후보 시절부터 생사고락을 같이 한 보좌관과 이미 여러 의원실을 거친 베테랑 보좌관도 포함돼 있지만 단지 의원과 8촌 이내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짐을 싸야 했다. 4년마다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입법 권력은 민심과 여론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음을 새삼 깨닫는다.

국회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 외부의 개혁 요구에 아랑곳 않고 ‘나와바리’ 수성에 능숙한 권력 집단이 있다. 바로 검찰이다. 범죄수사권, 영장청구권, 공소제기권, 공소유지권, 형집행권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권한 외에도 검찰은 상당한 특권을 보장 받는다. 가령 행정고시와 달리 사법고시 패스 후 사법연수원을 졸업하고 평검사로 임용되면 3급으로 공직을 시작한다. 나중에 부장검사가 되면 1급이다. 일선 검찰청 부장검사는 법무부와 대검의 과장 자리를 맡기도 한다. 그런데 과장이 1급 부장검사다 보니 3ㆍ4급인 부처 과장급이 모이는 회의에 유독 법무부ㆍ대검만 과장이 가지 않고 평검사를 보내는 미묘한 상황이 연출된다. ‘과장’인 부장검사들은 대신 1급 실국장 회의에 참석한다. 사법부 소속인 판사와 입직 경로가 동일하니 직급도 같아야 한다는 논리를 허용하면서 생기는 부조화다.

이처럼 가진 게 많으니 조직의 최우선 과제는 기득권 수호다. 이전에도 검찰이 정운호 게이트, 진경준 사건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스스로 개혁을 다짐했지만 그때뿐인 이유다. 개인적으로는 피의사실 공표와 정치적 의도가 의심되는 검찰권 행사로 국민의 공분이 높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 서거 정국이 검찰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을 절호의 기회로 봤다. 하지만 당시 추모 열기를 과신한 야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 미스로 검찰은 아무 것도 내주지 않고 위기를 모면했다. 이후 2012년 대선을 거치면서 대검 중수부 폐지와 특별감찰관 도입이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특별감찰관은 지난 1년간 아무 활동과 실적이 없고, 중수부 대신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출범해 의미가 퇴색했다.

당장의 개혁 칼날을 회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 조직은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 역대 권력기관이 어떤 전철을 밟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에서는 개구리가 뛰쳐나올 생각을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결과 검사장이 수사무마 대가로 대기업에서 특혜 일감을 받고, 100억원대 주식 대박을 내는 지경에까지 왔다. 하지만 이는 예고편에 불과할지 모른다. 유독 검찰만 권력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수평화ㆍ민주화된 세상과 파열음을 내는 일은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를 받아 유력 대통령 후보의 청부수사에 나서는 부장검사, 재벌 회장의 장학생으로 실체가 밝혀지는 검찰 고위직 인사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한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찰 인사제도 개혁, 미국식 기소배심 도입 등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마침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지형에, 율사 출신 의원이 여당보다 야당에 더 많다. 여당 원내대표와 차기 당권 주자들까지 검찰을 향해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자세로 엄격하고 강력한 자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서는 참이다. 선출 받지 않는 권력이 사회 정의를 우롱하는데도 내부 자정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이를 견제하고 바로잡는 것이 입법부의 역할이다. 국회가 이번마저 검찰 개혁에 실패한다면 “국회의원은 뇌물과 정치자금, 선거법 위반 문제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신세”라는 검찰의 비아냥을 들어도 더는 할 말이 없을 게다.

김영화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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