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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 김선아, 두 배우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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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 김선아, 두 배우가 살아가는 법

입력
2017.09.1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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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지난 여름, 안방극장에서 청량제 역할을 했던 두 배우를 만났다. tvN드라마 '하백의 신부'의 신세경(27)과 JTBC '품위 있는 그녀'의 김선아(42)다.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배우들이지만, 현실 속 그들은 특별하지 않았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그 속에서 기쁨을 얻고 때로는 상처를 받으며 살고 있다. 촬영장 밖에서 본 신세경과 김선아는 어떤 모습일까.

신세경은 “손 편지를 쓰며 주변인들과 교류한다”고 밝혔다. 나무엑터스 제공
신세경은 “손 편지를 쓰며 주변인들과 교류한다”고 밝혔다. 나무엑터스 제공

손 편지 쓰며 마음 전하는 신세경

1998년 가수 서태지 앨범 '테이크 5'의 포스터 주인공은 어리디 어린 ‘꼬마 아가씨’였다. 여덟 살 신세경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렇게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내년이면 어느새 데뷔 20주년이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그가 배운 건 무엇이었을까. 그는 신뢰와 의리를 가장 먼저 배웠다. 현재 몸담고 있는 연예기획사 나무엑터스와도 15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다. 13세에 만난 김종도 나무엑터스 대표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는 것도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자리잡아서다. 현재 매니저와도 7년을 함께 일했다.

신세경은 20년을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을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했다. 세상을 다 알아버린 듯한 발언이 인상적이다.

그가 주변인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신뢰를 쌓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세경은 "손 편지"라고 했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과 주고 받았던 습관을 소속사 식구들에게도 이어오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작업을 할 때는 주변 스태프들에게도 자그마한 관심을 쏟으며 손 편지의 매력을 전했다.

"지금도 생일 때는 친구들에게 손 편지를 쓴다"는 신세경은 "이제 안 쓰면 서운해하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상대를 떠올리며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내려쓰는 손 편지야말로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신세경은 '하백의 신부' 촬영 중에도 손 편지의 놀라움을 체험했다. 지난 7월 29일 생일날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당일 오전 5시부터 시작되는 촬영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신세경에게 '하백의 신부' 스태프들은 그의 숙소 방문을 두드렸다. 방문을 연 신세경은 깜짝 놀랐다. 케이크와 함께 그가 평소 좋아하던 영국 듀오 혼네(HONNE)의 LP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나의 취향을 다 알고 있다니..." 새벽이라는 시간인데도 스태프들은 자는 시간을 쪼개서 신세경에게 큰 선물을 안긴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선물은 편지였어요. 심지어 상대 배우 남주혁의 스타일리스트나 현장 메이크업해주는 동생들이 모여 손수 롤링페이퍼를 써준 거예요. 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은총 아닌 은총이었죠."

신세경은 인터뷰 당시 서태지의 25주년 콘서트(9월 2일)에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에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돌아온 답변이 의외였다. "9월 2일이 매니저의 결혼식이라 시간을 봐야 할 것 같아요."

신세경은 20년 동안 연예계에서 배우고 터득한 건 "사람과의 관계"라고 했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저를 정말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지를요. 쓴 소리하며 충고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에요. 듣기 좋은 소리는 아무나 할 수 있으니까요."

김선아는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이 감사해 눈물부터 난다”고 털어놨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선아는 “좋은 사람들과의 작업이 감사해 눈물부터 난다”고 털어놨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다른 인연에 눈물 흘린 김선아

시청률 12%(닐슨코리아)를 넘기며 화제가 된 JTBC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는 김선아 없이는 불가능했다. 전과자의 신분에서 재벌기업 회장의 간병인이었다가 회장의 아내 자리까지 꿰차는 박복자 역할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가 평소에 강조하는 "인연"의 끈이 없었다면 도전조차 못했을 터다.

'품위 있는 그녀'는 김선아를 '로코퀸'으로 만들어준 김윤철 PD의 작품이다. 김 PD는 MBC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에 김선아를 캐스팅해 50%의 시청률을 넘겼다.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을 한 이유도 김 PD 때문이었다. '품위 있는 그녀'의 출연에도 김 PD의 권유가 있었다.

김선아와 김 PD와의 인연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선아는 1998년 MBC '베스트극장- 그녀의 화분 NO.1'을 통해 김 PD를 처음 만났다. 정말 "연기를 몰랐고, 연기를 못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김 PD만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는다고 했다. 김선아의 기억 속에 김 PD는 특유의 조용한 말투로 "잘 하고 있어요"라며 토닥토닥 응원해주던 분이었다. 신인 배우에게 PD의 위엄은 언제나 두려운 존재니까.

그로부터 7년 후 김선아는 김윤철이라는 이름을 또 한 번 만나게 된다. 2005년 방영된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다. "'내 이름은 김삼순' 대본을 받는 순간 김윤철이란 이름이 있었어요. 매니저에게 '그분('베스트극장' 연출했던) 아니에요?'했죠. 그게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의 시작이었어요."

김선아는 '품위 있는 그녀'를 할 때도 김 PD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었다고 했다. 연기의 어려움을 느끼며 힘들어 할 때였다. 하지만 "언제 인연이 닿아서 또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게 인생"이기 때문에 덥석 그 손을 잡았다. .

김선아는 김 PD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촉촉히 젖은 눈가를 손으로 훔치던 그는 "이런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켰다.

사실 김 PD가 '품위 있는 그녀'를 제안했을 당시 김선아는 다른 작품들을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김 PD의 이름이 김선아를 잡았다. 두 작품을 통해 신뢰를 쌓은 두 사람의 인연이 '품위 있는 그녀'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박복자 캐릭터는 두 사람의 '합동 작전'으로 완성됐다. 김선아와 김 PD는 박복자의 헤어스타일부터 바로 잡기 시작했다. 드라마 시작 전에는 어깨선을 넘겼던 머리카락을 김 PD의 요구에 의해 계속 잘라갔다. 김선아는 "김 PD의 검열을 받았다"고 표현했지만, 완벽한 캐릭터를 만들어보려던 욕심이었다는 걸 내비쳤다. "김 PD께선 계속 '안 된다'고만 하셨어요. 그러다 제가 미술팀과 상의 끝에 커트머리에 빠글빠글 퍼머 스타일로 나타나니 ‘됐다’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 '복자가 너무 예쁘니 살이 좀 찌우면 어떨까'였어요."

드라마 초반 재벌 회장의 간병인으로 들어간 박복자는 촌스러운 모습 그 자체였다. 그 과정에는 복자의 쭈글쭈글하게 발목 쪽으로 내려간 양말, 투박한 실내화와 슬리퍼, 꽁꽁 싸맨 의상 스타일 등은 김 PD의 아이디어다. 김선아는 "속을 내보이지 않는 복자의 설정 때문에 의상도 살이 보이지 않게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김 PD의 살뜰한 챙김은 김선아에겐 큰 힘이었다. 소중한 인연은 김선아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었고, 제2의 전성기를 얻은 선물이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드라마 ‘하백의 신부’에서 열연을 펼친 신세경(왼쪽 사진)과 김선아. 나무엑터스ㆍ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하백의 신부’에서 열연을 펼친 신세경(왼쪽 사진)과 김선아. 나무엑터스ㆍ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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