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섭외 1순위 '국민 MC'
탁월한 진행 솜씨로 출연작 장수…시청률 낮아도 광고 완판 저력
40대 중반 지상파 벗어나 새 도전
JTBC 예능프로 맡아 종편 입성… 대형 기획사와 계약 中 진출 예상
5일 밤 12시쯤 경기의 한 촬영장에서 JTBC 새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이하 투유 프로젝트) 첫 녹화가 끝났다.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라진 가수들의 히트곡을 최신 버전으로 편곡해 보이는 이 프로그램은, 요즘 예능의 주된 소재인 가요를 다룬 점에서 그다지 특별하다고 볼 수 없지만 대중이 주목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바로 유재석(44)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뒤 7년여의 무명 기간을 이기고 연예계 1인자로 맹활약하는 유재석. 2000년대 이후 ‘국민 MC’로 통하는 그는 한국일보가 연예산업 종사자 약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영향력 9위로 꼽혔다. 그의 영향력은 착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를 토대로 한 대중적 인기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유재석은 다른 출연자 섭외와 방향 설정 등 프로그램 운영까지 함께 책임지는 ‘또 한 명의 PD’다.
광고 완판 보증하는 ‘섭외 1순위’
“예능의 많은 지형 변화에도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진행자.” 박중민 KBS 예능국장은 유재석을 이렇게 정의했다. 그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증수표’다.
우선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방송광고시장에서 무조건 관심도 1순위다. 광고 판매율이 높아 방송가에서 “지상파 방송은 유재석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돈다.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광고단가를 따져보면 올해 10년째인 MBC ‘무한도전’이 1,182만원이고, 8년째인 KBS2 ‘해피투게더 3’는 1,111만5,000원,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1,200만원 정도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통털어 최고 수준이다. ‘해피투게더 3’와 ‘런닝맨’은 각각 시청률이 4~5%, 6~7%대로 썩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광고는 완판된다. 박 국장은 “유재석 효과가 방송광고시장에서도 확실히 어필한다”며 “‘해피투게더 3’가 개편하더라도 유재석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JTBC가 프로그램 포맷조차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 유재석이 출연한다는 사실을 크게 홍보한 것도 광고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유재석=광고 완판’이라는 공식은 건재하다.
PD처럼 프로그램 주도하는 MC
‘유느님’(유재석+하느님)이라는 별명처럼 절대적인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것은 물론 유재석이 자신을 낮춤으로써 웃음을 주는 유형이라는 데에 바탕하고 있다. 출연진들을 돋보이게 하는 진행 솜씨도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유재석이 제작진들 사이에서 “원 톱”으로 꼽히는 이유가 매끄러운 진행 솜씨 때문만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출연진끼리의 조화가 잘 되는지, 시청자 반응이 어떤지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는 점에서 PD만큼, 어쩌면 PD보다 더 프로그램을 주도한다. ‘투유 프로젝트’의 윤현준 PD는 “(PD가 나서지 않아도) 다 알아서 한다”고 말한다.
‘해피투게더 3’의 모은설 메인 작가도 “유재석은 스타성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능력까지 갖춘 전천후 연예인”이라고 말했다. 녹화 당일 박명수 박미선 등 MC들과 그날 출연하는 게스트의 컨디션까지 살피며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PD나 작가가 아닌 유재석이 나선다. 방송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 배우나 가수들이 출연할 때는 유재석이 먼저 다가가 안부를 묻고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긴장을 풀고 녹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 작가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챙기는 꼼꼼함이 방송에 그대로 묻어난다”고 덧붙였다.
임기홍 한국방송작가협회 부이사장은 “‘무한도전’이 10년간 장수하는 데에는 유재석의 영향이 적지 않다”며 “음주운전 등 멤버들이 연루된 사건이 터졌을 때도 사과 방송을 하자고 제작진보다 먼저 나선 게 바로 유재석”이라고 밝혔다.
끝나지 않은 도전-중국 진출
5년 동안 소속사 없이 활동하던 유재석은 지난달 씨엔블루, AOA, 정형돈, 송은이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와 소속 계약을 맺었다. 그러면서 유재석의 중국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사실 유재석이 출연했던 KBS2 ‘나는 남자다’와 현재 방영 중인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시청률 3~5%대로 저조하자 “유재석 시대도 갔다”는 시선이 없지 않았다. 이런 시점에서 그는 종편에 처음 진출하고 새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유재석의 한 측근은 “유재석 역시 변화와 도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며 “그 시점이 조금 늦어졌지만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방송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통해 먼저 중화권에 도달한 ‘런닝맨’으로 유재석은 이광수 송지효 김종국 등과 함께 이미 중국 대만 홍콩 등에서 스타로 통한다. 이후 ‘런닝맨’이 중국에 정식 수출돼 중국버전인 ‘달려라 형제’가 방영을 시작했고 현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씨엔블루, FT아일랜드 등으로 일본과 중국 시장을 닦은 FNC엔터테인먼트가 유재석에게 매력적으로 보였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닷컴 등도 유재석의 FNC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을 기사화하며 대대적으로 알렸다.
‘런닝맨’의 한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도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예능 MC들의 진가를 잘 알고 있으며, 그 중 유재석을 가장 좋아한다”며 “그가 중국에 진출한다면 성공은 떼놓은 당상”이라고도 했다. 모범적이고 착한 이미지가 중국에서도 통한다는 것. FNC엔터테인먼트도 “성실한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유재석은 착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대중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자 하는 자사의 비전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호상 KBS 예능국 CP는 “유재석이 한동안 지상파 방송만 고집하고 새로운 작품을 하지 않았지만 최근 종편, 중국 진출 등으로 방송 20년, 나이 40대 유재석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아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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