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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역설'에 갇힌 대한민국

입력
2016.0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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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엔 복지 강화가 해법

한국은 전형적인 ‘성장의 역설’ 사회다. 지난해 전 세계 158개국을 대상으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유엔의 세계행복조사에서 한국은 47위를 기록해 2년 전보다 6계단 순위가 떨어진 것만 봐도 그렇다. 국가적 부는 늘었지만 국민 행복도는 비례해 올라가지 않고 정체돼 있다. 상당한 요인이 상대적으로 큰 행복 격차에 있다는 게 행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일보의 국제비교 결과에서 한국의 상층은 절대 다수(95.6%)가 행복하다고 응답했으며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저소득층은 10명 중 2명만 행복하다고 답했으며 3명은 불행하다고 밝혀 행복수준이 상층과 크게 대비됐다.

소득 상층의 행복도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반면 소득 확대, 사회 안전망 확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소득층의 행복감을 늘릴 여지가 많다. 하지만 국가, 사회적으로 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게 문제다. 소득이 높아진다고 행복이 비례해서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스털린(Easterlin) 가설’, 즉 성장의 역설에 우리 사회가 갇혀 있는 셈이다. 행복 전문가들이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개개인의 소득을 단순히 늘리는 것보다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행복학 연구 권위자인 영국 워릭대학의 유지니오 프로토(Eugenio Proto)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줄어든다”며 “3만6,000달러가 넘어가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오히려 행복도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나올 만큼 평생 경쟁에 내몰리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한국의 경우 소득증가에 따른 만족도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절대소득이 늘어나도 이웃이 더 큰 집을 사고, 더 좋은 자동차를 구입하면 오히려 불행하다고 느끼는 경향성도 강하다. 더욱이 한국 사회는 소득이 증가해도 늘어난 소득에 금새 적응해 끊임없이 더 높은 소득을 추구하는 ‘적응과 열망’의 쳇바퀴를 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압축성장을 추구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탓이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이러한 열망이 충족될 수 없고, 행복에 장애가 된다. 유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처럼 행복이 경제적 여유에서 온다는 믿음이 강할수록, 적응과 열망 주기가 짧을수록 소득을 통해서 행복을 얻게 될 가능성은 낮다”며 “특히 저성장 시대에 기존의 가치관으로는 고단한 삶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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