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사상 최악
임시직ㆍ일용직 취업자 급감
소득 하위 20%에 먼저 충격
취업 인원 감소에 소득 후퇴
중산층 가구로 확산 조짐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16.4%나 올리고 다양한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펴고 있는데도 월평균 소득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소득이 늘긴커녕 오히려 줄어든 것은 아예 고용시장에서 탈락한 임금 근로자와 문을 닫는 영세상인들이 그 만큼 많기 때문이다. 실업자가 되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누릴 수 없고 폐업을 한 자영업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일자리가 늘고 내수가 회복되지 않는 한 막대한 재정 지원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가구에 소속된 가구주와 가구원 중 일자리가 있는 취업 인원은 지난해 2분기 0.83명에서 올해 2분기 0.68명으로 줄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2015년 시작된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으로 줄곧 내수 부진이 이어졌다”며 “이에 따른 고용 증가 둔화와 경기 침체가 1분위 계층에 가장 먼저 충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금근로자 중 임시직(고용계약 1년 미만)과 일용직(하루 단위 고용)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급감하고 있는 게 1분위 가구 내 취업 인원 감소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임시직 근로자는 5월(-11만3,000명) 6월(-13만명) 7월(-10만8,000명) 등 3개월 연속 10만명대 이상 감소세가 이어졌다. 일용직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5월(-12만6,000명) 6월(-11만7,000명) 7월(-12만4,000명) 등 계속 쪼그라들었다.
일각에선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이 이러한 임시직ㆍ일용직 취업자 급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 경우 비숙련노동자와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 보다 숙련 노동자와 교육 수준이 높은 노동시장의 ‘기득권층’이 상대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1인 자영업자’인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점도 1분위 사업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월엔 전년동월 대비 9만명, 7월엔 10만2,000명 줄었다. 우 교수는 자영업자 시장도 최저임금과 내수부진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체 위주로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비정규직 형태로 임시ㆍ일용직 근무를 하던 노동자들이 아예 일자리를 잃고 있고, 자영업자는 폐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정부는 일자리가 있는 사람들의 임금을 늘리고, 카드 수수료 및 임대료 완화 등 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지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잃은 이들과 영업을 포기한 자영업자들에 대해서는 대책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며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문제, 자영업의 과당경쟁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저소득층 가구 내 취업 인원 감소에 따른 소득 후퇴가 중산층 가구로 확산되는 것도 문제다. 2분위 가구 내 취업 인원은 지난해 2분기 1.34명에서 올해 2분기 1.27명으로 줄었다. 3분위도 같은 기간 1.51명에서 1.48명으로 감소했다. 2분위와 3분위 가구의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1%, 0.1% 줄었다. 성 교수는 “소득이 가장 낮은 계층뿐 아니라 2분위, 3분위에서도 소득 감소가 발견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책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최저임금이나 52시간 탓으로 돌리는 것도 정확한 분석이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인구구조 변화, 생산 자동화, 4차 산업혁명, 대외환경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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