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소득ㆍ주거ㆍ고용 불안
기초적 영역 상위권 꼽아
한국인 절반 이상, 특히 젊은층 3명 중 2명 가량은 소득과 주거, 그리고 고용 불안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꼽았다. 우리 사회에서 실력이 학벌이나 연고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10명 중 2명 수준에 불과했다.
18일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리서치랩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사회혁신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를 묻는 질문에 3분의 1 가량(32.9%)이 소득 및 주거 불안을 1순위로 꼽았다. 2위로 지목된 고용 불안(18.4%)까지 더하면 소득과 주거, 일자리 등 사는 데 가장 기초적인 문제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꼽은 이들이 절반 이상(51.3%)이었다. 고령화와 노후대비의 부족(13.8%), 정치 및 이념적 갈등(9.5%), 저출산 및 가족의 해체(6.9%) 환경오염과 자연재해(4.2%)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 온도차는 상당했다. 소득 및 주거 불안을 1순위로 꼽은 20대(19세 포함)와 30대는 각각 44.3%, 41.6%에 달했지만 50대(28.0%)와 60대 이상(21.3%)은 이를 1순위로 답한 비율이 청년층의 절반 수준이었다. 고용 불안의 경우도 20대(24.2%)와 30대(20.6%)가 50대(14.3%)와 60대 이상(15.0%)에 비해 훨씬 심각하게 인식했다. 이 두 가지를 꼽은 이들은 20대의 68.5%, 30대의 62.2%에 달한다. 반대로 50대와 60대 이상은 고령화와 노후 대비 부족, 저출산 등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 비율이 20대, 30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응답자들은 공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기여를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시민단체조차 ‘실질적 기여’를 했다는 응답이 29.2%에 불과했고,. 2위는 공적인 성격이 거의 없는 정보기술(IT)기업(28.5%)이 었다. 언론(12.9%)이나 대기업(12.8%), 노동조합(11.2%)은 물론 중앙정부(11.0%)와 지방정부(10.1%)까지 모두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당의 경우 실질적 기여를 했다는 응답 비율이 2.5%에 그치며 최하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문제 해결 기여에 냉혹
한국의 문화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나왔다. ‘계층상승의 기회가 열려있다’는 응답은 12.7%에 그친 반면, ‘닫혀 있다’는 응답은 78.6%나 됐다. 실력이 학벌이나 연고보다 중요하다는 응답 역시 22.5%에 그쳤고, 73.5%는 그 반대로 답했다. 한국에서 한번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는 응답은 23.8%에 그쳤고,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응답 역시 13.3%에 그쳤다.
연구 책임자인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전문위원은 “한국 사회에 부정적이고 반혁신적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면서 “혁신 사회로 전환하려면 이런 문화를 바꾸는 데도 적지 않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12월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 이메일, 웹조사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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