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61ㆍ구속기소)씨 딸 정유라(21)씨에게 입학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최씨를 미르재단 사업 논의 차 세 차례 만났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최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를 2015년 가을과 2016년 4월쯤 한번씩 잠시 만났다”고 한 바 있어 위증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관련 8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김성현(44)씨는 재단이 ‘페랑디-미르’ 사업을 추진할 당시 최씨와 함께 최 전 총장을 세 번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미르재단은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에꼴페랑디 측과 국내에 분교를 세우는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화여대에 분교를 설립하려다가 장소 문제 등이 걸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최씨와 최 전 총장을 2015년 12월에 두 번, 지난해 1~2월쯤에 한 번 만났다”고 대략적인 시기까지 기억했다. 그는 “최 전 총장으로부터 직접 받은 명함이 있다”며 “최씨를 모시고 (만남) 현장에 가진 않았고 현장에서 최씨와 만나 최 전 총장을 함께 봤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당시 최씨와 최 전 총장이 에꼴페랑디 사업을 얘기했느냐”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최씨는 (에꼴페랑디 사업의)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6차 공판 당시 증인으로 나온 이한선(48)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 역시 에꼴페랑디와 재단의 제휴사업 차 최씨와 최 전 총장이 만남을 가진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날 김씨 증언으로 최씨와 최 전 총장의 위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씨는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변론에 나와 “에콜페랑디 사업 이름은 들어본 적만 있다”고 진술했고, 최 전 총장 역시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최씨를 정유라의 학부모로만 알았다”고 최씨와의 관계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설명했다.
최씨와 미르재단 임원들이 재단 설립 이전부터 차명폰을 쓰며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지시로 재단 설립 전 차명폰을 개통해 최씨와 연락했다”며 “설립 이후에도 두 차례 휴대폰 번호를 바꿨고, 주로 최씨, 차 전 단장과 통화할 때 차명폰을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재단 출범 직전 서울 소재 한 호텔에서 가진 임원 상견례를 회상하며 “실제로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 모두 차명폰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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