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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창호 경위, 누구보다 솔선수범... 교대시간보다 2시간 일찍 나왔다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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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창호 경위, 누구보다 솔선수범... 교대시간보다 2시간 일찍 나왔다 “출동”

입력
2016.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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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계급 특진 추서

의경 복무 외아들에도 엄격히 대해

경찰 영결식 엄수 때까지 조기게양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에 마련된 고 김창호 경위의 영정 앞에서 동료 경찰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에 마련된 고 김창호 경위의 영정 앞에서 동료 경찰들이 조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경찰 입직 동기들과 저녁 자리를 가진 고 김창호(54) 경위는 이튿날 떠날 가족여행 이야기를 하며 들떠 있었다. 외아들 태준(22ㆍ서울 도봉경찰서 방범순찰대 상경)씨가 휴가를 나와 강원 횡성군으로 1박2일 나들이를 떠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여행은 김 경위의 마지막 여행이 됐다.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인 19일 저녁 그는 서울 강북구 번동에서 폭행사건 피의자 성모(46)씨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횡성 여행은 그간 부자 사이에 쌓인 서운함을 풀 수 있는 기회였다. 김 경위는 지난해 8월 태준씨가 입대한 뒤 유난히 엄격히 대했다. 행여나 아버지가 경찰이라는 이유로 아들이 뒷말을 들을까 싶어서였다. 20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경찰병원 김 경위 빈소에서 만난 동료 박모(40) 경사는 “아들이 몸이 아프다고 전화하면 김 경위는 ‘군대 생활할 때 이런 일로 전화하면 안 된다’고 다그쳤다. 더 잘하라는 채찍질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19일 김 경위는 하필이면 교대근무 시간인 오후 8시보다 2시간 빨리 출근했다. 교대해야 할 근무팀이 오후 7시 현장교육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김 경위가 오후 6시에 출근하자마자 폭행 신고가 접수돼 현장에 나갔다. 후배보다 순찰차에서 먼저 내려 대응하다 희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경찰 동료들은 늘 솔선수범했던 김 경위의 죽음을 애도했다. 1989년 8월 순경 공채로 입직한 김 경위는 지난해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을 비롯, 24차례나 각종 표창을 받을 만큼 모범적이었다. 동료인 김모(54) 경감은 “김 경위는 초년병 시절부터 동료들이 기대온 든든한 친구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경찰은 이날 김 경위의 계급을 경감으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아 김 경위에 대한 공로장과 임명장을 전달했으나 유족들은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오열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경찰은 22일 오전10시 서울경찰청 장(葬)으로 치러지는 영결식이 엄수될 때까지 전국 경찰관서에 조기를 게양하고 모든 직원 및 의경이 근조리본을 착용하기로 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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