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제도특위의 상향식 공천 원칙
이한구, 우선추천 확대로 뒤집어
당원조사 30% 반영 방식도
100% 국민 여론조사로 기울어
휴대전화 안심번호 활용도 의문
지난해 12월 21일 공천제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당헌ㆍ당규로 반영한 공천룰이 이한구 위원장 주도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속속 뒤집히면서 새누리당 내부가 시끄럽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석 달 가까이 인선을 두고 싸웠고 어렵사리 상향식 공천의 틀을 도출했는데 ‘도루묵’이 됐다는 푸념이다. 한 초선 의원은 “공천관리위는 디테일만 정한다더니 지금 보면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공천기조부터 흔들리고 있다. 공천제도특위는 지난 1월 11일 “당헌 제97조에 명시된 상향식 공천 원칙을 통해 후보자를 추천키로 했다”고 공천룰 기조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기조는 지난달 초 공천관리위원장에 내정된 이 위원장이 ‘우선추천+단수추천 확대’ 입장을 공표하면서 단번에 뒤집혔다. 당시 그는 “시원찮은 놈은 걸러내야 한다”는 말로 상향식 공천을 부정했다. 이 위원장은 3일에도 “우선추천지역은 어떤 지역은 해당 사항이 없을 것 같고 어떤 지역은 좀 많을 수도 있다. (권역별로) 4, 5곳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우선추천지역이나 단수추천지역은 당헌ㆍ당규에 명시돼 있지만 제한적이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하는 조항이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었다.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는 공천제도 관리만 하면 된다”고 압박했지만 이 위원장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당원조사와 국민여론조사를 3 대 7로 반영한다는 공천방식의 무게추도 ‘100% 여론조사 방식’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당원명부에 오류가 많다. 오류가 없더라도 정치신인에게는 현저하게 불공평하다”며 “경선 참여자 간에 이견이 있으면 100% 국민여론조사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날 다시 강조했다.
휴대폰 사용자가 많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며 도입을 예고한 ‘휴대전화 안심번호 여론조사’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경선 컷오프를 위한 사전여론조사 성격이긴 했지만, 최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조사 의뢰를 맡은 일부 여론조사기관은 휴대전화 안심번호 여론조사가 아니라 ARS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결과를 공천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김 대표가 안심번호 여론조사 경선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이 위원장은 당원명부의 불확실성을 거론하며 안심번호에 대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역 컷오프’는 공천룰의 대척점이다. 공천제도특위는 경선 대상 후보자를 최대 5명까지로 압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공천관리위는 아예 처음부터 현역을 솎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친박계인 박종희 공천관리위원(당 제2사무부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전 여론조사에서 (컷오프 대상이) 몇 군데 보인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도 “현역 의원의 지지도가 당 지지도보다 현격하게 낮으면 집중심사 대상이 된다. 집중심사를 한 뒤 ‘이 사람은 경선에 안 붙이는 게 좋겠다’고 하면 못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공천제도특위는 본회의ㆍ상임위ㆍ의총 결석 등 현역의 의정활동을 평가해 공천과정에 반영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에 이 위원장은 추가 기준을 제시하며 깐깐한 현역 심사를 예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부적격자 기준은 11호나 된다. 그것 말고도 갑질 논란을 일으켰거나 품위에 결정적 하자가 있는 경우, 또 국민에 대한 약속을 안 지켰거나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배치되는 행동을 했다면 다 집중심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규상 부적격자 기준은 제9조에 명시된 것으로 ▦피선거권이 없거나 ▦동일한 선거에 2개 이상 선거구에 중복신청한 자 ▦당적을 이탈ㆍ변경 ▦2곳 이상의 당적 보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재판 계속 중에 있거나 ▦후보등록 서류에 허위사실을 기재 ▦파렴치한 범죄 전력 ▦부정ㆍ비리 등에 관련 ▦탈당, 경선불복 등 해당행위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기타 공직후보자로 추천하기에 부적합한 자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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