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아침을 열며] 햇볕이 있을 때 지붕을 고쳐라

입력
2017.10.31 13:05
31면
0 0

이 글의 제목은 라가르드 IMF 총재가 10월 5일 하버드 대학에서 했던 강연 제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강연 수일 후에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의 핵심은 2017년의 성장 모멘텀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었다. 그러나 IMF 총재와 경제전문가들이 블로그 등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재의 성장세는 불완전하여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지금 햇볕이 내리쬐고 있지만, 이 햇볕이 오래 갈 것 같지 않으니, 햇볕이 있을 때 지붕을 수리해서 다음 장마를 대비하라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9년간 긴 침체 끝에 급반등을 보이고 있는데 왜 IMF는 이 회복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융완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총수요측면에서는 작년 4분기부터 세계 수출이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측면에서는 장기불황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저물가ㆍ저생산성ㆍ저투자 문제가 아직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금년과 내년에 걸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것이 세계 경제의 기조가 새로운 회복국면에 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아직은 일시적인 회복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IMF의 해석은 한국경제에 무엇을 시사하는가? 한국은행은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전 분기대비 1.4%, 작년 동기대비 3.6%로 발표했다. 3분기 성장률은 7년 만에 최고치일 뿐만 아니라 금년 3% 성장률을 확신하게 성장률이다. 하지만 IMF의 충고를 한국 경제에 적용한다면, 금년과 내년에 걸친 3% 내외의 성장률은 일시적이라는 것이며, 그 이후에 있을 경기후퇴국면에 대응하여 지금 구조개혁으로 경제체질을 강화하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햇볕이 있을 때, 지붕을 고치라는 IMF의 충고는 세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고통스런 장마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지난 장마 이후 지붕이 허약해져서 다음 장마를 무사히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셋째, 지붕을 고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길지 않다는 것이다. 즉 장기침체로 인하여 생산성 저하 등 경제체질이 약화되었기 때문에 성장의 역동성을 높이고 나아가 발발 위험이 있는 다음의 세계 금융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붕을 고치기 위해서는 낡은 지붕을 허물어야 하듯이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렇기 때문에 햇볕이 있을 때 지붕을 고치라는 것이며, 금년과 내년에 걸친 상승국면은 구조개혁에 수반된 고통을 최소화하여 개혁 추진에 성공할 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연구에 의하면, 2006-2010년간에 대비하여 2016-2020년간의 잠재성장률은 4분의 1이 낮아졌으며, 특히 노동과 자본의 기여도를 제외한 총요소생산성이 거의 절반으로 낮아졌다. 박근혜 정부는 경쟁력이 취약한 산업의 구조조정과 부실기업 정리를 미루고, 부채주도 성장정책으로 가계부채를 급증시켰다. 그 결과 보수정권 9년의 연기된 구조개혁의 과제는 고스란히 문재인 정부에게 넘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으로 정부의 곳간을 여는데 주력할 뿐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아직 지붕을 고칠 계획도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 8개월 후인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가 있고, 그 다음 21개월 후 2020년 4월 15일 총선, 그 다음 22개월 후인 2022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정치일정으로 인하여 한국 경제의 지붕 고치기 작업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과연 문재인 정부는 햇볕이 있을 때 지붕을 고칠 수 있을까? 햇볕은 오래 가지 않는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