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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비핵화 ‘입구 진입’ 기대 키운 북의 핵동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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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반도 비핵화 ‘입구 진입’ 기대 키운 북의 핵동결 선언

입력
2018.04.22 19:5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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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사실상의 핵 동결 선언으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진전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핵개발의 금과옥조로 삼았던 핵ㆍ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총력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 또한 연쇄 북핵 담판을 앞두고 나온 의미 있는 변화다.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긍정적 신호가 향후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북한이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라는 결정서는 “지하핵실험,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초대형 핵무기와 운반수단 개발을 위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핵무기 병기화를 믿음직하게 실현하였다”고 천명하며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과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했다. 비핵화 선언은 아니지만 추가적 핵ㆍ미사일 도발을 무조건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비핵화로 가는 입구, 즉 동결로 풀이할 수 있다. 핵개발을 완성했다는 발표를 핵군축 시도로 풀이하거나 이미 개발한 핵무기와 ICBM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시선 모두 번지수를 잘못 짚은 듯하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비핵화 협상을 할 때 반대급부로 제시할 주요한 협상 카드로 핵무기와 ICBM을 아껴둔 셈이다.

북한의 선제적 신뢰 조치로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던 국제사회의 시선도 바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라고 평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최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화의 조건을 타진한 데 이어 북미 정상회담은 순풍을 타는 분위기다.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사전조치 요구에 적극 화답한 모양새여서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여건은 충분히 조성됐다고 볼 만하다.

북한의 적극적 자세는 코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청와대는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환영 논평을 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남북 정상 간에 원칙적 비핵화 및 종전선언과 관련한 큰 틀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오로지 적대정책 종식과 안전보장을 말할 뿐”이라며 큰 틀의 합의가 무난할 것임을 내비친 바 있다.

반면 긍정적 분위기와 기대 섞인 분석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의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하다. 북한의 핵동결 선언으로 그 입구에 들어섰을 뿐이다. 북한이 10~20기의 완성 핵무기와 사정거리 1만3,000km 이상의 ICBM급 미사일 10여기,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다량의 핵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이를 폐기하기 위한 지루한 협상이 불가피하다. 이를 두고 리비아식 해법이라 불리는 일괄타결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하는 북한이 팽팽히 맞서 있다.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은 북미 사이의 비핵화 담판에 좌우되는 구조다.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의 마중물 역할을 할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과제는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사이의 접점을 찾는 일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회담 준비팀은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문 대통령의 경계까지 감안해 비핵화 방법론의 간극을 좁히는 데 최선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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