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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분석은 종이신문” vs “온라인은 빠르고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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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분석은 종이신문” vs “온라인은 빠르고 편해”

입력
2018.06.08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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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 보면 뉴스편식서 해방

다양한 기획에 눈길이 가고

경제기사는 포털과 달리 신뢰감

온라인은 속보가 장점이지만

주요 맥락 따라가기에 부족

비슷한 기사가 반복되기도…

온라인서 조회수 많은 기사 중

신문사에서 출고한 기사가 많아

신문 경쟁력이 온라인서 확인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송정근기자

“기사를 이렇게 써서 지면에 나갈 수 있겠나, 놓쳤거나 추가해야 할 팩트(fact) 있으면 녹여주고.”

신문 초판이 마감될 즈음인 오후 6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데스크의 추가 취재 지시가 떨어진다. 취재원을 통해 팩트를 보강하거나 전문가 의견을 듣고 기사 완성도를 높여 다음 판(오후 9시 마감)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오후 8시30분이면 부장단 저녁회의가 이어진다. 1판 지면에 실린 제목이나 사진, 기사 배열이 적절한지를 주로 검증하는 시간이다. 야근자들은 지면을 출력하고 눈이 아플 정도로 오자 혹은 잘못된 표현이 없는지 점검한다. 야근은 다음날 새벽 2시가 다 돼서야 끝난다. 야근을 하다 보면 흔히 접하게 되는 신문사 편집국 풍경이다.

‘외면하고 싶었던’ 이번 기획의 계기

“우리는 매일 이렇게 공들이는데 과연 몇 명이나 지면 기사를 볼까.” 편집국에 있노라면 문득 이런 의문이 밀려온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이 한국일보 창간 64주년을 맞아 종이신문의 미래를 스스로 ‘셀프 고민’하는 계기가 된 물음이기도 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종이신문 이용률(열독률)은 16.7%. 6년 전인 2011년만 해도 44.6%였다. 반면 가구 인터넷 접속률은 99.5%(2017년 기준)에 달하고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서 온라인 뉴스 소비는 급증했다. 신문업 종사자 입장에서 이번 기획은 외면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현실과 마주하기로 했다. 사건팀 기자 대부분은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으로 앞으로 일할 날이 더 많은 만큼, 종이신문의 미래가 곧 각자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사건팀 기자 5인은 1, 2, 4일 사흘에 걸쳐, 24시간동안 종이신문만 보거나 혹은 온라인 뉴스만 접하는 극과 극 체험을 통해 종이신문의 장단점과 생존 대안을 고민해봤다.

‘24시간' 종이신문만 봤더니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는 시대, ‘스크랩OOO’와 같은 ‘PDF 지면보기’ 서비스를 보거나 신문이 널려 있는 출입처에 출근하는 기자가 아닌 일반인 입장에서, 종이신문은 구입부터 상당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다. 1일 출근길 신문을 사기 위해 편의점을 세 곳이나 들렀지만 신문을 파는 곳은 한 곳에 불과했다. 토요일인 2일 서울 여의도 인근 신문가판대 점주는 그날 나온 일간지를 대량 구매하는 기자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요즘은 나이 많은 분들만 신문을 사가던데 젊은이가 어쩐 일로”라고 묻기까지 했다.

4일 출근길 지하철에서 종이신문을 꺼내 읽는 일은 ‘민망하고도 외로운 경험’이었다. 가뜩이나 좁은 지하철 안에서 양팔 벌려 신문을 들고 읽자니 힘이 들었고 신문을 넘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옆 사람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요즘 시대에 종이신문은 휴대해서 읽기 힘든 매체라는 걸 새삼 느꼈다.

포털 사이트에서 마음에 드는 기사만 읽는 골라 읽는 ‘뉴스 편식’에서 벗어난 것은 종이신문을 읽으면서 얻은 큰 수확이었다. 1일자 A신문에 실린 ‘빅뱅 후 2억5,000만년, 이미 우주는 빛나고 있었다’는 제목의 기획 기사는 신문 지면 절반에 달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은하 관측 사진이 시선을 잡아당겼다. 새롭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이런 기사는 포털에서 소외 받기 일쑤지만, 지면으로 볼 때 눈에 잘 들어온다. 신문을 한 장씩 넘기다 자연스레 시선이 머무르는 기사를 보는 그런 즐거움이 신문에 있었다.

유익한 경제 기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포털에 배치된 경제 기사는 대부분 광고 느낌이 나고 특히 주식이나 증시 기사는 단편적인 속보용이 많아 곧바로 이해하기 힘들어 잘 읽지 않았다. 반면 신문 기사는 친절하다. 4일자 본보 경제면 톱에 실린 ‘배틀그라운드 게임 관련 소송전’을 다룬 기사는 최근에 이 게임을 했던 터라 더 눈길이 갔는데 정작 신문이 아닌 포털로 뉴스를 챙겼다면 놓쳤을 법한 기사다.

주말판에 숨어있는 흥미로운 기획기사를 읽는 것도 신문의 묘미였다. 2일자 B신문은 ‘멕시코의 혼을 담은 토르티야’를, C신문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제가 된 ‘냉면의 세계’를 한 면으로 다뤘는데, 포털 블로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지만 음식의 유래와 역사, 계보를 촘촘히 다뤄서 그런지 더 신뢰가 갔다.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보다 데스크 검증을 거친 신문 기사가 더 믿음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온라인 뉴스와 단절한 채 조간과 석간 신문으로만 정보를 접하다 보니, 신문을 정말 '신문(新聞)'이라 불러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4일만 해도 갑질 논란에 휩싸인 한진가(家)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각각 법원과 인천세관에 출석했다는 소식을 남들보다 반나절 늦게 알았다. 취재기자 입장에선 치명적인 정보 소외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반 독자들이 실시간으로 한진가 인사들의 옷차림과 표정 등 일거수일투족을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늦더라도 단순 사실의 나열보다 종합적인 분석을 원한다면, 온라인 뉴스의 족쇄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

'24시간' 동안 온라인뉴스만 봤더니

일단 편했다. ‘온라인으로만 뉴스를 봐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종이신문을 아예 보지 않았는데도 업무에 큰 지장은 없었다. 4일 포털 검색창에 기자가 출입하는 경찰서와 지검, 지법을 입력하자 실시간으로 관련 기사가 떴다. 전날 발생한 ‘용산 상가건물 붕괴’는 기자가 담당한 사건이었는데, 실시간 검색으로 그날 진행된 합동감식과 관련해 다른 언론사가 어떤 내용을 보도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고 취재에 참고가 됐다.

하지만 이것은 철저히 기자라는 직업에 국한된 장점이었다. 오히려 포털에 속보가 실시간 노출돼 단편적인 정보만을 접하는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주요 맥락을 읽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포털 실시간 검색 순위가 대표적인 예다. 주말인 2일 오전 10시30분 기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는 전날 방송한 프로그램이나 등장인물이 도배했다. 1위는 전날 예능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쇼핑몰대표 ‘유보화’, 2위는 예능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였다. 검색어 4위에 오른 ‘포퓰리즘’이 그나마 시사와 관련됐는데 검색어만으로는 이슈의 맥락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북미정상회담’을 검색했지만 비슷한 기사가 반복되는 온라인 뉴스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댔다. 검색 결과로 나온 기사 중에 기자가 원하는 심층분석 기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사 말미에 기자 이름 대신 '온라인뉴스부'라고 써있으면 정보에 대한 신뢰조차 가지 않았다.

검색어를 통해 이슈를 파악하는 것은 포기하고 포털의 메인 기사 위주로 보기 시작했다. ‘미 국방 “트럼프-김정은 회담 의제에 ‘주한미군’은 없어”’라는 기사를 클릭하자 해당 주제와 관련한 여러 기사 묶음 페이지 나왔다.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지면 기사였다면 다양한 각도와 분석을 다룬 관련 꼭지 기사들을 접했을 텐데 한계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포털에서 지면에 실린 조간신문 기사를 모아서 보여주는 페이지였다. 언론사별로 각 면마다 어떤 기사를 실었는지 보여주는 공간이다. 실제 지면처럼 기사 배열이나 위치, 크기 등을 볼 수는 없지만 신문사 지면에 실린 내용과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상단에 ‘며칠 몇 면에 실린 기사’라는 표시까지 돼 있으니 신뢰가 갔다.

주목할만한 것은 온라인에서 조회수가 많거나 화제가 된 기사 중에는 신문사에서 온라인용으로 출고한 지면용 기사가 많았다는 점이다. 꼼꼼한 취재와 데스크의 검증을 거쳐 공들여 제작한 지면 콘텐츠는 온라인에서도 얼마든지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다양성이나 무게가 떨어지더라도 보기 간편하고 업데이트된 정보를 실시간 반영하는 정보를 원한다면 선택은 온라인 뉴스에 기울 수밖에 없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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