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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72년 박정희 납치·하야 계획"/본보, 옥중 수양록 원본 단독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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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 "72년 박정희 납치·하야 계획"/본보, 옥중 수양록 원본 단독입수

입력
2003.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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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26일 박정희(朴正熙)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金載圭) 전 중앙정보부장이 옥중에서 쓴 수양록 원본이 10ㆍ26사건 24주년인 26일 공개됐다. 그 동안 옥중 수양록이 존재한다는 소문은 있었으나 원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본보가 김재규씨의 지인으로부터 입수한 대학노트 32쪽 분량의 수양록에는 수형생활을 불심으로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일기체 형식으로 담겨 있다.

수양록에는 또 ‘혁명’ ‘혁명과 희생’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전망’ ‘혁명 성공후의 나의 계획복안’ 등 자신의 행동을 재평가하는 고백들이 담담히 기록돼 있다.

김씨는 “1972년 10월 유신과 더불어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는 아무 까닭 없이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영구집권을 위해서 말살되고 말았다”며 박 대통령 시해가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김씨는 10월유신 직후인 1972년 말 군단장시절 박대통령을 납치해 하야시킬 마음을 먹은 이후 10ㆍ26사건 전까지 3차례나 시해할 계획을 세웠었다고 기록했다.

김씨는 “중앙정보부에 근무하면서 민청학련 사건 등 민주화 운동가들을 처벌하는데 양심과 직책의 틈바구니에서 고민했다”고 고백하고 “박흥주 대령과 박선호군을 살리고 싶다”며 부하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담고 있다.

김씨는 또 “권력과 결탁하여 집중융자로 특혜를 받은 대기업들, 중소기업들의 파산을 외면한 처사는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당시의 정경유착 현상을 지탄하고 “일개 소장의 정치경험으로 국사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신군부 실세로 떠오르던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득세를 우려하기도 했다.

수양록 노트에는 김재규씨가 점을 찍는 식으로 자신이 죽을 날을 예지해 나간 흔적도 남아 있으며, 자신이 시해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각하’라는 말을 꼬박꼬박 사용해 예를 갖추기도 했다.

김씨는 또 “보안사 요원들이 항소를 포기시키기 위해 야수와 같이 집요하게 공작을 하고 있지만 나는 불심(佛心)으로 너희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말도 남겼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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