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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2’ 카카오마저 떠나나… 코스닥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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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2’ 카카오마저 떠나나… 코스닥의 굴욕

입력
2017.04.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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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가는 ‘코스닥 엑소더스(탈출)’가 일어나고 있다. 코스닥 침체가 길어지며 기술주임에도 아예 처음부터 코스피로 직행하는 행보들도 잇따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20일 635.80으로 마감됐다. 이는 1년 전(699.86)보다 7% 이상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상장기업들의 실적 개선으로 9%가량 상승한 코스피 지수와 대조된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 종목은 내수기업 비중이 높은데 작년 말부터 코스피의 대형 수출주 위주로 주가가 오르며 상대적인 소외감이 커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장의 가장 아쉬운 점은 수급이다. 외국인은 코스닥 주식을 거의 사지 않는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주식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외국인들 입장에선 코스피 시장의 대형주 위주로 매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이날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카카오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돌자 한국거래소가 공시를 요구한 데 대한 답변이다. 카카오는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안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혀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카카오는 코스피 시장 이전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셀트리온(11조1,653억원)에 이은 코스닥 내 시가총액 2위(6조1,486억원)의 ‘우량주’지만 주가는 최근 3년 가까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당장 코스피로 옮겨도 이마트에 이어 시가총액 44위에 해당하는 대형주가 된다. 코스피 이전 상장설에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날보다 4.13% 오른 9만800원까지 올랐다.

카카오보다 앞서 네이버, 하나투어, LG유플러스, 아시아나항공 등 2000년 이후에만 40개 기업이 코스피로 이사를 갔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초기 자본금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코스닥에 상장했다가 규모가 커지면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는 코스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지만 처음부터 코스피를 택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최근 게임업체 넷마블게임즈는 2조원 이상의 공모금액으로 코스피에 상장할 뜻을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코스닥이 출범 당시 본보기로 삼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나스닥은 여전히 ‘기술주들의 집합소’라는 고유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인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은 모두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덩치가 커져도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옮겨가지 않고 나스닥을 지키고 있다.

코스닥이 ‘2류 시장’, ‘마이너리그’로 전락하며 침체는 더 길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올해는 대선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의 정책 수혜가 예상되고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대형주들의 상장으로 시장도 활력을 찾을 기회였다. 카카오의 행보를 예상하지 못한 거래소 측은 비상이 걸렸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소식을 알게 돼 당황스럽다”며 “시장의 타격이 예상되는 만큼 카카오를 코스닥에 붙잡기 위한 설득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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