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과의사다] (3)최새별 고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간암ㆍ췌장암 등 고난도 수술 전념…환자가 보내는 신호 알아채는 직관력 키워 수술
간, 담낭, 담도, 췌장은 우리 인체에서 가장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다. 그래서 이들 장기에 질환이 발생하면 수술 자체가 광범위하고 까다롭다. 환자도 65세 이상 연령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수술 후에도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예후(豫後)가 좋지 않은 질환이다. 최새별(40) 고대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고난도 수술이 요구되는 간담췌외과에서 잔뼈가 굵은 외과전문의다.
환자가 보내는 ‘신호’ 알아야 살린다
병원에서 외과는 그야말로 남자들이 판치는 진료과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외과에서 여의사를 만나기 쉽지 않다.
전공의 시절, 그가 외과를 선택하자 의국(醫局)에서 난리가 났다. 선배들은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마음을 고쳐먹어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외과의사의 길을 택했다. “엄청 힘들었지만 수술방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졌어요. 몸으로 환자들과 소통하는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매년 간암 등 400여 건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최 교수는 환자들이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환자가 의사에게 보내는 신호는 수술은 물론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수술하다 보니 환자상태를 직관하는 능력이 중요하더군요. 미세하지만 환자들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야 환자를 살릴 수 있더라고요.”
수술 실력이 뛰어나도 모든 환자를 살릴 순 없다. 최 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능력을 수술실에서 쏟아 붓는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몸을 맡긴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100% 환자를 살릴 순 없더군요. 최선을 다해도 의사가 책임질 수 없는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수술실입니다. 수술 도중 패혈증까지 겹친 환자가 있었죠. 다행히 위기를 모면하고 수술을 마쳤지만 수술 후 합병증까지 발생했죠. 그래도 증세가 호전돼 지금은 그 환자를 외래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그 환자를 볼 때마다 ‘살아줘서 고맙습니다’고 말합니다. 이 맛에 외과의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최 교수는 간담췌 종양뿐 아니라 전이성 간암, 대장암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최 교수가 이들 질환치료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다학제 진료’시스템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고대구로병원에서는 수술 전 환자와 7~8개 진료과 의료진이 모여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계획을 수립한다. 최 교수는 최상의 수술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학제 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검사ㆍ수술일정 환자에 맞춰… 환자ㆍ보호자 소통 절감
고대구로병원에서 최 교수는 ‘환자맞춤수술’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검사를 하려고 노력하고, 수술일정도 최대한 빨리 잡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지역 특성상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 중국교포 등이 많아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야 할 때가 많다”며“수술 일정이 늦어지면 환자들이 심리ㆍ경제적으로 불안해하기에 힘들더라도 최대한 수술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더 나은 수술성과를 내기 위해 로봇수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은 최고 사양의 로봇수술기인 ‘다빈치 XI’를 도입해 다양한 수술에 적용하고 있다. 최 교수는 “다빈치 Xi는 기존 사양보다 로봇팔이 길고 가늘고, 움직일 수 있는 각도도 30도 가량 커 복잡한 수술을 할 때 활용도가 높다”며 “로봇수술로 간담췌 수술을 하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고, 수술절개 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로봇수술이 개복수술, 복강경수술보다 환자 몸에 상처를 덜 주는 최소침습수술이 가능해 미래에는 로봇수술이 외과영역에서 다각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과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뭐냐고 묻자 최 교수는 주저 없이 “책임감”이라고 말했다. 환자 상태를 보장할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이 와도 의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환자를 살리려는 책임감이 결여되면 외과의사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레지던트시절, 수술방에서 밤을 새고, 중환자실에서 환자상태를 점검하며 발을 동동 굴렸기에 지금 수술방에서 수술할 수 있게 됐다”며 “외과의사가 되려면 지식도 갖추고, 환자에게 친절해야 하지만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책임감 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환명은 하나이지만 질환에 걸린 사람은 나이도 성별도 다르다. 질환을 이해하는 능력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고령환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담췌 질환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친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수술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환자는 물론 보호자와 소통해야 수술도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외래와 수술이 없을 때는 산책하거나 집에서 조용히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는 최 교수. 최 교수는 “하루하루가 드라마틱한 일이 발생하는 외과의사로 사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수술대에 오른 환자들이 쾌유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외래에서 환자 보고, 수술만 해서 그런지 몰라도 최 교수는 아직 미혼이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의사라는 숭고한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결혼하지 않았다’는 입에 발린 미사여구를 말할 생각도 없는 솔직 담백한 경상도 아가씨(?)였다. 그래서 믿음이 갔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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