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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가상화폐 폭락 현실 부정하는 이유

입력
2018.0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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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손해지만 결국 오를 것” 심리회계 작동

최종 피해 전까진 뇌에서 ‘손실’로 인정 안 해

자신의 결정ㆍ선택 옳았다는 인정 욕구도 깔려

한 시민이 가상화폐 거래소 앞에서 시세판을 보고 있다. 서재훈기자
한 시민이 가상화폐 거래소 앞에서 시세판을 보고 있다. 서재훈기자

이달 초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100만원을 투자한 직장인 K(32)씨는 최근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투자금액을 늘릴 생각이다. “모든 권력이 대주주에게 집중된 주식에 투자를 하느니, 가상화폐에 투자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결국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행동경제학에 ‘심리회계(mental accounting)'라는 개념이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개발한 이론이다. 인간은 머릿속으로 이득과 손실을 서로 다른 계정에 두고 각각 따로 다룬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거나 주식투자를 할 때, 심지어 내 지갑 속 돈을 평가할 때 경험하는 독특한 인간 심리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이 이성에 근거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심리회계 이론은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인간은 주변 환경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개인적 편견으로 엉뚱하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자주 내린다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전 세계적 광풍(狂風)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이런 '심리회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최종 손실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100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연말엔 2,000만원으로 무려 20배로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대책을 내놓자 순식간에 1,100만원대로 반 토막 났다. 하지만 비트코인 광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회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먼 미래의 손실보다 지금 당장의 손실을 더 크게 느낀다. 이는 주식 투자에서도, 가상화폐 투자에서도 동일한 법칙이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주식처럼 등락을 반복할 것을 예상하고 투자한다”며 “가격이 하락해도 아직은 손실이 아니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투자를 지속한다"고 말했다. 확정적 손실이 아닌 이상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자신의 결정과 선택이 옳음을 보여 주고 싶다는 욕구도 바탕에 깔려 있다고 말한다. 이미 들어간 돈을 포기한다는 건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격이다. 그래서 매수한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도 투자자의 심리회계는 '손실'로 산정하길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설명이다.

가상화폐라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될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전망했다. 이동귀 교수는 “가상화폐 열풍은 결국 남들에게 뒤처지기 싫어하고 빠른 시일 내 결과를 얻고자 하는 한국인의 속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새로운 경제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의 피로감은 증가하겠지만 시대적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물물교환 대신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신용카드가 처음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지만 시대적 흐름에 적응했다”며 “인간은 새로운 화폐단위인 가상화폐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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