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신동빈 "국민께 죄송… 해임 지시서 법적 효력 없다"
신격호, 신동빈에 "나가" 고함도… 경영권 분쟁 전면전 가능성
부친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및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신동빈 한국 롯데 회장이 3일 귀국했다. 신 회장은 들어오자마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달려가 34층 집무실에 있는 신 총괄회장을 찾아갔지만 별다른 합의점 없이 5분만에 만남을 끝냈다. 신 전 부회장의 참석 여부는 의견이 엇갈린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렇게 되면 화해 가능성도 있지만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관련기사 3, 4면
신 회장은 이날 오후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2708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신 회장은 입국장에서 취재진을 만나 “국민 여러분께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진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신 회장은 일본식 억양이 가미된 어눌한 우리 말로 “저는 한국에서 (신 총괄)회장 및 임직원, 국민과 함께 주주를 위해서 롯데를 키워왔던 사람”이라며 “이런 사태가 빨리 해결되도록 총괄회장의 창업 정신에 따라 계열사들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부친과 동질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신 회장은 자신의 해임을 담은 신 총괄회장 지시서에 대해 “법적 효력이 없는 서류로 생각한다”며 신 전 부회장측 주장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롯데홀딩스 지분 구성과 우호지분 확보 여부,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스코씨와 만남,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 등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대답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문제는 부자 회동 자리에 신 전 부회장이 있었는 지 의견이 엇갈리는 점이다.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만나고 있던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은 “예고없이 신 회장이 문 열고 들어오자 신 총괄회장이 화난 표정으로 ‘나가’라고 소리쳐 (신 회장이) 나갔다”며 “신 전 부회장은 옆방에 있어서 둘이 만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면 롯데 측 설명은 다르다. 계열사 임원들이 신 총괄회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신 전 부회장이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심려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신 총괄회장이 “어디 갔다 왔냐”고 묻자 “도쿄에서 돌아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신 총괄회장이 “어허 그러냐”고 받았고, 신 회장이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때 신 전 부회장은 내내 별다른 말이 없었다는 것이다.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면 어느 한 쪽이 신 전 부회장의 동석을 둘러싸고 거짓말을 한 셈이다. 5분간 나눈 대화 내용이 너무 적은 점에 대해 롯데 측은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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